이슬람 신비주의 시집 "죽어라,그대 죽기 전에"(문학동네.5천원)이 출간됐다.

저자는 무굴제국 시대 파키스탄 펀잡 지방에서 태어나 1691년 세상을 떠난 술탄 바후.

인도 푸나 대학에서 공부한 재연스님이 번역했다.

고행과 명상을 중시하는 이슬람 신비주의는 흔히 수피즘(Supism)이라 불린다.

수피(Supi)는 아랍어로 양털입은 자란 뜻.

극단적인 무소유를 주장하는 힌두교의 사두및 불교의 비구와 통한다.

신비주의자들은 "모든 종교의 핵심은 수피즘"이라며 "예수도 부처도 모두 수피였다"고 주장한다.

마호메트의 금언 "죽기 전에 죽어라"는 육체의 죽음에 앞선 정신의 죽음을 강조한다.

수피 설화에 따르면 옛날에 금화를 나눠주는 너그러운 촌장이 살았다.

촌장은 입을 열어 떠드는 자에겐 돈을 주지 않았다.

변호사는 금화를 받을수 없자 불구자인척 했다.

촌장이 그를 알아보자 급기야 수의를 입고 죽은척 했다.

촌장이 금화를 던지자 변호사는 벌떡 일어나 말했다.

"봐요,결국 돈을 줬죠"촌장이 말하기를 "죽기전에 너는 나에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리라" 촌장이 말하는 죽음은 정신,즉 이성의 죽음이다.

촌장은 곧 신이고 금화는 은총을 말한다.

술탄 바후는 이를 "한 돈쭝의 사랑을 사려거든 수천근의 믿음을 내놓아야야지/여보게 바후,죽기 전에 죽세,그제사 그분께 이른다네"라고 읊었다.

이번 시집엔 금욕과 수행을 강조하는 시 1백여편이 실렸다.

"이세상 것을 찾는자,이집 저집 문간을 어슬렁 거리는 강아지/눈길을 그저 뼈다귀에 달라붙어,말다툼으로 생을 허비하고/지혜는 짧아 알지도 못하면서 물을 찾아 나섰지/신을 회상하는 것 말고는 모두 쓸데없는 소리"등이 그것이다.

시인 이문재씨는 "선지자의 가혹한 권유는 분별지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세포로 받아들여야한다"고 했다.

윤승아 기자 a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