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철이다.

동백꽃이 피는가 싶더니 뒤이어 매화며 산수유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봄 색깔이 점점 짙어가는 이즈음,가족끼리 연인끼리 봄정취가 가득한 섬진강변을 달리는 재미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다.

사람들은 섬진강을 어머니 같은 강이라 한다.

언제 봐도 넉넉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섬진강은 원래 모래 가람(길고 넓은 내)이었다.

강물에 씻겨 내려온 곱고 흰 모래 알갱이들이 쌓여 사천강 또는 사천으로 부르기도 했다.

섬진강은 또 "두꺼비 나루"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그 이유가 재밌다.

고려 말에 강 하구로 왜구들이 침입해 들어왔을 때 두꺼비떼가 울부짖는 바람에 왜구들이 달아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어쨌거나 물이 마르지 않는 섬진강은 오늘도 말없이 사방에 봄 기운을 퍼뜨리고 있다.

곡성에서 시작해 구례구역에 이르는 17번 국도는 우리 나라에서 강변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 더 큰 강폭을 이루며 유유히 흘러간다.

그 합수머리에 있는 압록역은 하루에 두 차례 들르는 비둘기호와 어쩌다 길을 비켜주느라 잠시 머무르는 화물차들만이 오갈뿐 절간처럼 고요하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압록역은 얼마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구례구역에서 가까운 화엄사나 천은사에 들렀다가 화개장터,평사리,경남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를 타면 또다른 감동에 휩싸인다.

길이 워낙 아름다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진한 향수를 주체할 수 없다.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는 화개 입구에는 화개장이 선다.

6일과 11일마다 서는 5일장은 새로 지은 상가 앞에서 좌판이 벌어지는 것이 고작이지만 시골장 특유의 분위기는 이곳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화개마을에서 1023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쌍계사가 나온다.

지금은 조금 이르지만 4월 초순이면 이 길은 환상적인 벚꽃 터널을 이룬다.

화개면 운수리에 있는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3년에 의상의 제자 삼법이 창건했다.

절 이름이 쌍계사인 까닭은 절의 좌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두 갈래의 물이 매표소 바로 앞 다리 아래에서 합쳐지기 때문이라 한다.

쌍계사에서 2km쯤 산길을 따라 오르면 지리산 제1폭포인 불일폭포와 만난다.

계곡과 계곡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는 귓전을 세차게 울린다.

글=김맑음(여행작가) kmur6456@ chollian.net

[가는 길]

서울에서 화개로 가려면 전주까지 간 다음 고속도로를 타고 남원을 거쳐 구례 쪽으로 들어간다.

구례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 쪽으로 30여분 달리면 화개 입구가 나온다.

자동차가 없다면 기차를 타고 가보자.서울역에서 매일 새마을호 3편,무궁화호 12편 등 15편의 전라선이 운행한다.

압록역(0688-363-7788)에는 하루 2편의 통일호가 정차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곡성역(0688-362-7788)에서 하차해 구례행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압록역까지 간다.

버스는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20분 간격.구례터미널(0664-782-3941)에서 화개 입구나 쌍계사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