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과학의 천일야화
저자 : 필립 불랑제
역자 : 문신원
출판사 : 이끌리오
가격 : 8천5백원 ]

---------------------------------------------------------------

과학과 수학의 원리를 알아야 진짜 아이디어가 보인다.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러나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은 변화를 주도한다.

예측불가능 시대의 경쟁력도 여기에서 나온다.

최근 번역된 "과학의 천일야화"(필립 불랑제 저,문신원 역,이끌리오,8천5백원)는 역발상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프랑스판 편집주간."천일야화"를 본떠 매일밤 과학과 인접학문의 핵심 논제를 한편씩 들려준다.

책에는 현재까지 인류가 풀어냈거나 아직도 풀지 못한 문제들이 망라돼 있다.

유명한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파레토의 배분원칙도 등장하고 논리학과 언어학도 접목돼 있다.

처음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걸 확인시켜준다.

내용은 사마르칸트를 배경으로 주인공 샤라자드가 들려주는 51가지 얘기다.

등장인물들이 양탄자를 타고 공룡세계로 날아가 포유류의 먼 조상인 쥐를 보면서 진화론을 살피고 소우주 속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빛의 굴절성,SF영화에 나오는 시간의 역행,학계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패러독스들도 재미있게 들려준다.

예를 들면 여름날 강가에서 다이빙을 하며 갈릴레오의 낙하법칙을 논하고 낚시터에서 서로 얼마나 떨어져 앉을 것인지를 놓고 다투다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이론을 이끌어낸다.

프랙탈은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자기 유사성" 개념을 기하학적으로 푼 것.

삼각형에 닮은꼴 삼각형을 계속 붙여나가면 눈송이와 같은 모양이 된다.

자연계의 리아스식 해안선,동물혈관 분포형태,나뭇가지 모양도 이 구조를 지녔다.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는 경영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예다.

양쪽에 동질.동량의 먹이를 놓아두었을 때 당나귀가 어느쪽을 먹을 것인지 결정하지 못해 굶어죽는다는 얘기다.

원래는 개의 먹이선택 과정(똑같은 상황에서 개는 아무렇게나 선택한다)에서 파생된 예화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조직의 수장을 당나귀 개에 대입해보면 "머뭇거림과 과감한 결단"의 차이가 금방 드러난다.

앉아있는 지식인이 움직이는 바보보다 못하다는 "무차별의 원리"에서는 망설여질 때일수록 과감히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열을 옮겨 포도주는 더 차갑고 고기는 더 따뜻하게 먹을 수 없을까.

샤자만 왕의 착상은 언뜻 보기에 그럴싸하지만 얼토당토 않다.

샤라자드는 "맥스웰의 도깨비"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열은 저절로 찬 물체에서 더운 물체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보여주는 경우다.

세상의 모든 책을 작은 판에 넣기 위해 파이의 소수처럼 무한한 연속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컴퓨터의 이진법 원리에 해당한다.

빵 하나를 세명이 싸우지 않고 나눠먹는데에는 비례배분이 활용된다.

인내심 많은 사람이 제일 큰 부분을 먹을 수 있다는 등의 반짝이는 위트도 책읽는 맛을 더한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