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평론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 지난해 하반기 우리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강도 높게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여러 번에 걸쳐 거듭된 오마에의 한국경제 비판은 김대중 대통령의 외환위기 대응에 관련한 국가경영 방식을 맹비난함으로써 시작됐었다.

이같은 맥락의 글을 포함해 최근 2년간 일본의 유수 시사월간지 "호세키"에 연재한 것을 정리해 엮어낸 책이 "슈퍼스타의 경제학"(오마에 겐이치 저,배상환 역,더난출판사,8천원)이다.

이 책에서 오마에는 주로 일본의 기업 경영자와 식자들을 상대로 미국이 슈퍼스타가 되어 있는 세계 경제의 현황,세계화 조류 속에서 일본 경제와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설파했다.

오마에가 보기에 미국 경제가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미국 안에 끊임없이 생산적 변화가 이어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늘 더 새롭고 좋은 것을 내놓는 경쟁을 통해 패자는 철저히 도태시키고 승자에게 힘을 몰아줌으로써 전체적으로 늘 강한 미국 경제를 연출한다.

승자는 전체를 빛내고 패자는 푸대접을 통해 철저한 자기변신의 계기를 얻음으로써 다시 승자가 될 수 있다.

경쟁의 장점을 살리는 이같은 역동적 시스템은 다른 나라 경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경제에는 경쟁에서 패배한 약자를 퇴출시키는 시스템이 없다.

경제경쟁에서 약자로 판명되더라도 언제까지나 살아남아 버틸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더 많은 세금을 끌어당겨 쓴다.

경쟁에서 패한 약자를 어설프게 도와줘 자기경신의 기회를 막고 자원을 비생산적으로 분배해 국가경제는 전체적으로 가라앉는다는 주장이다.

오마에는 일본도 하루 빨리 미국처럼 기업경영과 경제,금융에 걸쳐 능력경쟁 원리가 관철되는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런 오마에의 주장 저변에는 실은 미국 경제의 세계 패권 지향에 대한 강한 거부감,미국을 정점으로 한 세계화 구도에 일본과 아시아가 복속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열패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재벌 외에는 경제를 이끌 경쟁력이 없는데도 한국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를 내세운 미국의 의도대로 재벌 해체를 시도하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그런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예다.

8개 항목에 걸친 경제현상 분석 가운데 뉴욕 증시에 집중되는 세계자본이 주가폭락과 함께 세계 공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분석한 부분은 구체적 실례와 인물 설명을 곁들여 더욱 흥미를 끈다.

< 곽해선 SIM컨설팅(주)경제교육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