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눈에 쫑알대는 듯한 입,곧추 세운 두 귀.

토끼 캐릭터 "미피"의 귀여운 모습이다.

이 캐릭터를 만든 세계적인 아동그림책 작가 딕 브루너(73)씨가 지난 16일 한국을 찾았다.

미피 탄생 4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국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3년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브루너의 그림은 아주 단순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뚜렷한 선과 밝고 선명한 색채,단순한 구성으로 일관한다.

색상도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을 기본으로 갈색과 회색만 곁들인다.

브루너씨는 "설명하듯 다 보여줘 버리면 아이들은 상상하기를 멈춰버린다"며 "내가 그린 골격위에 아이들이 스스로 살을 붙이고 옷을 입히면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브루너의 작품은 교육적인 효과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피 외에 부지런한 돼지,"뽀삐",귀여운 곰"보리스",영리한 강아지 "스너피" 등 모든 등장인물은 항상 정면을 바라본다.

어린이들도 이들이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고운 심성과 올바른 생활습관을 항상 마주보게 되는 것이다.

그의그림책은 또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규칙이나 생활습관을 쉽게 가르쳐주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브루너씨는 "미피의 모델은 내가 꼬마였을때 할아버지 댁에서 본 토끼였다"고 회고한다.

그 기억이 28살의 청년 때(1955년) 되살아나 미피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낸 그림책은 "사과"이지만 아무래도 그림책 미피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며 활짝 웃는다.

네덜란드 유트레히트에서 태어난 그는 미피,검은 곰(Black Bear)시리즈 등으로 명성을 쌓았다.

주로 7세까지의 유아들을 위한 그림책을 펴냈다.

100권째 그림책 출판을 앞두고 있다.

83년에는 그의 공로를 인정한 네덜란드 왕실로부터 귀족 작위를 수여받고 91년에는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열었다.

올들어서는 권위있는 아동도서 상인 "안데르센 어워드"의 회장에 뽑히기도 했다.

브루너씨는 16일 오전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를 방문해 성금을 기탁하고 국립의료원 소아병동을 찾아 아이들과 격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18일에는 자신의 원화전시회가 열리는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팬사인회를 갖는다.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