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소니언 박물관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유물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고국에 도움을 청합니다"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아시아민속학을 연구하는 유일한 한국인 조창수씨(74)의 간절한 바람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한국유물이 세상구경을 하기 전에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조씨가 스미소니언 박물관 창고에 보관중인 한국유물을 만난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이다.

한눈에 "대단한 자료"란 느낌이 다가왔다.

조씨는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해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작업의 중요성 때문에 출판이 끝날 때까지 은퇴도 미뤄놓고 있다.

한국유물을 수집한 사람은 버나도(John Baptiste Bernadou)라는 미 해군 소위였다.

1백16년전인 1884년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조선을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untouched country)로 판단하고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버나도를 조선에 보냈다.

버나도는 당시 미 공사관 통역관이었던 윤치호로부터 우리말과 문화를 배운 뒤 전국을 여행하며 조사를 벌였다.

수집 품목 하나하나의 구성과 용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한글과 한자로 이름을 써놓았다.

버나도가 수집한 유물은 1백56개이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이를 버나도컬렉션이라고 명명했다.

1866년 봄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진 이 컬렉션은 미국은 물론 한국 학계에서도 조선사회 연구자료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찾는 연간 6백만명의 방문객 가운데 이 컬렉션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다른 나라 문화재와 달리 1백년 이상 박물관지원센터(MSC)와 문서보관소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스미소니언의 시설이 최첨단이어서 본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씨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버나도컬렉션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세상에 내놓으려는 작업이다.

빨래 방망이를 야구용 방망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버나도컬렉션은 미국인 시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원부족이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당국가 정부나 기업들의 기부금 없이는 책자를 만들거나 전시회를 갖는 게 불가능하다.

버나도 컬렉션이 새로운 생명을 얻느냐는 결국 유물의 고향인 한국인들의 관심여하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육동인 기자 yooks@worldnet.at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