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옹기는 대자연 앞에 겸손했던 우리네 선인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생활용품중 하나다.

투박하면서도 볼수록 정감 어린 모습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고 동시에 우리 음식문화의 비밀을 담고 있는 그릇 옹기.겨우내 땅속에서 김치맛을 지켜주거나 뒷뜰에 묵묵히 자리잡아 구수한 된장 맛을 내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었던 옹기가 언제부터인지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가볍고 실용적인 플라스틱 용기와 스테인레스 그릇이 대신했다.

그러나 최근 실내 디자인에 오리엔탈리즘 바람이 불면서 다시 옹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즐겨 쓰이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촛대 벽걸이 장식 뿐 아니라 안주인의 센스에 따라서는 테이블과 의자로 변신하기까지 한다.

이제 검은 빛의 은은한 광택을 지닌 소박한 물건은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중요한 아이템의 하나로 떠 올랐다.

<>옹기로 거실 꾸미기

벽 선반에 여러가지 모양의 옹기를 모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장식적이다.

오목한 그릇과 넓은 접시,술병,호리병 등 각양각색의 형태와 크기의 것을 보기좋게 배치한다.

또는 이중 한가지 종류만을 선택해 수집해놓는 방법이 있다.

실제 생활에도 쓰임이 많은 주전자를 예로 든다면 먼저 크기가 다른 주전자를 모으고 다음으로 스타일이 다른 주전자를 모아 한쪽 벽면에 진열한다.

중간중간에 하얀 도자기 용품을 섞어준다면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테이블을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이 커다란 떡시루 위에 유리를 얹는 것.하지만 시루 대신 젓독 네개를 활용하면 좀 더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젓독은 다른 옹기에 비해 직선에 입이 넓은 모양으로 골라야 테이블에 안정감을 준다.

<> 식탁과 부엌에 놓인 옹기

옹기 재료인 찰흙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모래 알갱이는 그릇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내 안과 밖으로 공기를 통하게 한다.

이것이 "숨쉬는 그릇"의 비밀이다.

따라서 우리 음식문화가 된장 간장 김치 젓갈 같은 발효음식을 위주로 하는 한 옹기의 지위는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사용해본 사람은 그 매력에 푹 빠져 버린다는 옹기.하지만 서양접시들과 달리 어둡고 단순한 색 때문에 멋스러운 테이블을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포인트 컬러가 될만한 색상을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옹기가 다소 어두우므로 센터피스나 냅킨,테이블보 등은 밝은 색이 좋다.

단 센터피스는 산만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고른다.

만약 흙색과 잘 어울리는 녹색을 포인트 컬러로 정한다면 테이블 중앙에는 만년청처럼 대가 굵은 식물을 늘어뜨린다.

그릇 받침으로는 커다란 나무 잎사귀를 깐다.

떡같은 국물없는 음식을 낼때 접시 대신 잎사귀를 쓴다면 식탁 위가 더욱 싱그럽게 변할 것이다.

옹기는 식탁 아닌 곳에도 쓸 수 있다.

길이가 길쭉하고 직선 모양의 것은 수저꽂이나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다용도통으로도 훌륭하다.

또 화분 옹기를 이용해 각종 야채를 키울 수 있다.

미나리 상추 고추 등을 심어 부엌 한켠에 놓으면 그것이 곧 장식이다.

이밖에도 자잘한 물건이 많아 지저분해지기 쉬운 장소에 놓으면 옹기는 정겨운 수납장 역할을 한다.

현관 앞에 커다란 시루를 놓아 사물을 정리하거나 세면대 위에 작은 옹기 그릇을 놓아 비누조각들을 담는다면 독특한 인테리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설현정 기자 sol@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