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 화백이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운보는 수녀인 딸이 보내준 묵주를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1954년 국내 최초로 성화전도 열었지요.바티칸 미술관에는 운보의 "성당과 수녀와 비둘기"가 전시돼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에겐 "그림 읽어주는 남자"란 별칭이 어울린다.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한 그는 현재 카톨릭신문,교구청 소식지,교육자료집 등에 성화를 연재하고 있다.

램브란트,엘 그레코,조르주 루오.마르크 샤갈...

때론 빈센트 반 고흐나 앙리 마티스의 화집에서 종교미술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아름다운 성화는 영원한 강론을 넘어 하나의 복음입니다. 사제의 말씀은 순간이지만 위대한 예술은 길이 남아 구원의 신비를 전하죠.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 말보다 강하다고나 할까요"

지난해 3월 정신부가 홍보실장으로 부임한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가장 놀라운 일은 매주 미사때 배포되는 서울 주보가 컬러로 바뀌었다는 것.

정신부는 올해부터 과감히 첫 페이지에 성화를 넣었다.

1번 타자는 카톨릭 신자이기도 한 동양화가 박대성씨.

사순절에 접어든 요즘엔 신영헌의 "광야의 그리스도"등이 실렸다.

"98년 한해동안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본부에서 일했습니다.
덕분에 유럽의 주요 성당 박물관을 돌며 미술공부를 할수 있었죠.귀국후 명동성당옆 카톨릭회관 1층에 평화화랑을 열었습니다. 야수파 화가 조르주 루오의 성화로 달력을 만들었더니 반응이 좋아요"

종묘공원을 내려다보는 김대건 동상도 정신부의 "작품"이다.

종로성당 주임신부 시절 조각가인 김미영수녀(포교 성 베네딕도 서울 수녀회)에게 동상을 의뢰,제작하도록 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김대건 신부가 목에 칼을 쓰고 있다는 점.

운보의 경우 예수는 옥색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뒤 사목활동을 하면서 학원에 다녔죠.수채화 유화 등을 배워 그림을 몇 점 팔기도 했습니다. 내년엔 홍익대 대학원에 등록,미술이론을 본격적으로 공부할까 합니다"

현재 카톨릭미술가협회에 소속된 신자 작가는 5백여명.

동양화가 김기창,이종상,건축가 김원,서양화가 문학진 박득순 선학균 이두식 이숙자 허계,조각가 최종태 등 유명 작가들이 포진해있다.

정신부는 2월 예술의 전당에서 카톨릭미술가협회 대희년 기념전을 개최한데 이어 오는 25일까지 평화화랑에서 연장전시를 갖는다.

내년쯤엔 성화와 해설을 모아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다.

전시문의(02)779-3477

윤승아 기자 ah@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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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부가 소개하는 ''조르주 루오의 성화'' ]

종교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은혜로운 말씀의 전례에 참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빛의 흐름을 살피고 인물의 표정을 음미하면 하느님의 뜻을 헤아릴수 있다.

세계 4대 종교화가의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는 판화집 "미제레레"(불쌍한 사람들)로 유명하다.

그는 사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복원하면서 굵은 선과 강렬한 색채로 상징되는 독특한 화풍을 발전시켰다,단순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이 특징적이다.

대표작"이 사람을 보라"는 고난받는 예수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가시면류관에 붉은 망토를 두른 예수의 두 눈은 한없이 깊다.

예수 뒤편으로는 갈릴리 호수가 펼쳐져 있다.

붉은 달이 떠 있는 밤.

예수는 "아버지 뜻대로 행하여질"내일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