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언청이, 쌍둥이, 발부터 나온 아기.

넷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힌트는 토끼의 갈라진 입술이다.

구조주의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사람들에게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는 말한다.

구조주의란 공통적인 요소를 골라내는 것이라고.

중복되는 사항은 불변하는 상수이므로 곧 사물의 뼈대란 주장이다.

다시 수수께끼로 돌아가자.

토끼의 입술은 언청이처럼 둘로 나뉘어있다.

쌍둥이는 이같은 형태적 분열이 개체로 확장된 경우다.

태내에서부터 경쟁에 익숙해진 쌍둥이는 먼저 세상에 나오려고 한다는
점에서 발부터 내미는 아기와 같다.

결국 넷은 모두 세상과 적극적으로 맞서는 영웅을 상징한다.

이로써 용맹스런 아메리카 인디언이 순하디 순한 토끼를 신령으로 삼은 이유
가 설명된다.

구조주의의 아버지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와 의미"(임옥희 역,
이끌리오, 7천원)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의 장점은 이해하기 쉽다는 것.

지난 77년 캐나다 라디오 방송 대담을 그대로 옮긴 까닭이다.

초보자도 구조주의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 뿐아니라 심도있는 공부를 위한
입문서로도 손색없다.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표면적인 무질서 너머의 질서를 찾는 것이 구조주의
다.

왜 질서일까.

질서가 없으면 뜻을 알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미한다"는 단어 자체는 "규칙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규칙은 소설읽듯 가로로 문맥을 계속 따라간다고 발견되지 않는다.

가로.세로, 앞뒤로, 엎어치고 메쳐야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신화읽기, 혹은 구조주의적 방법론은 교향곡 감상과 비슷하다.

1악장의 제1주제를 3악장의 제2주제와 서로 교차시킬때 전체 메세지가 귀에
들어온다.

어린시절 작곡가를 꿈꾸었다는 레비스트로스는 "음악과 수학은 타고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다"며 "소리를 갖고 작곡할수 없다면 의미를 갖고 작곡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신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신화와 음악은 언어가 낳은 한 "자매"라는 주장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주요저작으로는 "슬픈열대" "날것과 익힌것" "벌거벗은
인간"등이 있다.

< 윤승아 기자 a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