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20세기에 대한 반성과 21세기 조망을 담은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세기 역사를 정리하고 평가하려는 노력이나 결실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연표와 지도로 읽는 20세기 세계사"(이끌리오,
1만8천원)는 그다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을 수 있다.

저자 마르크 누쉬는 프랑스 장송 드 사이어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과 형식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우선 각 장에 수록된 연표와 지도가 눈길을 끈다.

이 연표와 지도는 단지 본문의 이해를 돕는 부수적 역할을 넘어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본문과 각종 용어의 개념 설명, 전문가들의 견해, 연대기 등은 오히려
연표와 지도를 보충하는 설명에 불과할 정도다.

책을 읽다 보면 각 시대의 역사적 사건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또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에서 "세계 제국"과 "세계 경제"란
두가지 개념을 차용, 20세기 역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그는 "지난 한 세기는 세계 열강들이 전쟁이나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정치적으로 통합된 "세계 제국"을 건설하려 시도했던 시기"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시도는 이미 소멸됐거나 소멸될 것이 아니라 유럽을 포함, 각
대륙들에서 정치적 협력및 통합을 위한 노력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은이는 20세기 역사를 "전세계 혹은 특정 지역을 통합하려는 세력과 이를
거부하려는 세력간의 변증법적 갈등의 역사"로 파악하고 그 갈등의 추이를
분석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