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홍순태(66.신구전문대) 교수의 집 거실에는 작은 깃발들로 빽빽한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온 그가 "가본 곳"을 표시해
놓은 지도다.

사진인생 40여년동안 1백20여개 국을 섭렵했다니 지구상의 웬만한 나라는
다 밟아본 셈이다.

1960년대 동아사진콘테스트로 데뷔한 홍 교수는 한국 사진계의 살아 있는
증인.

"최고" "최다"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누구보다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 제1전시실에서는 그의 정년기념 사진전시회
"존재(BEING)"전이 열리고 있다.

28회째 개인전이자 14회째 작품집 출판기념회다.

잉태 혼란 열정 안식이라는 네가지 주제로 꾸며진 이번 전시회에는 현대
도시에서 찾아낸 영상미를 담은 50여 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줄기차게 다큐멘터리를 추구해온 홍 교수의 새로운 면모다.

작품들은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와 균형잡힌 조형미가 특징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화면 속에는 고전의 잔상도 교묘하게 감춰져
있다.

상업적 이미지로 치장된 마네킹이 서 있는 상점의 쇼윈도가 맞은 편에 서
있는 전통 건축물을 비춰내는 식이다.

홍 교수는 "사진가의 일생을 줄거리에 실어 정리해 보고자 했다"면서
"다큐멘터리가 역사성과 사실성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반면 이런 작품들은
작가의 개성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7일까지.

(0342)740-1319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