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시대 수장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물 가운데 하나가 청동거울이다.

보통 다뉴세문경(잔무늬거울)이라 불리는 이 유물은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거울의 뒷면에 걸거나 휴대하기 편하게 끈을 꿸 수 있는 꼭지가 달려있고
무늬가 새겨져 있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한반도의 경우 평북과 함경도 지방에서는 보이지 않고 대동강.금강유역,
전남.강원도.경주지역에서 많이 발견된다.

현재까지 30여점이 발굴됐다.

한국의 다뉴세문경은 고리가 두개 이상 달린 점이 특징이다.

충남 논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기원전 4세기께 청동거울(국보 제
141호.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은 현존하는 다뉴세문경 중에서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름 21.2cm로 뒷면의 각 동심원에는 1만3천3백개의 가는 사선이
교차하면서 기하학적인 문양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식 제도기로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함을 뽐내고 있다.

문양은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바깥 테두리는 삼각형의 집선무늬(삼각집선문)를 가로 방향으로 교차시킨
뒤 그 중간에 네쌍의 동심원을 네 방향으로 균형있게 배치했다.

중간테두리는 반대로 세로 방향으로 묘사했다.

가장 안쪽은 몇개의 원으로 감싼 뒤 다시 삼각집선문을 가로 네 부분으로
대치시켜 새겼다.

이 때문에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빛이 직각으로 반사돼 반짝이는 효과를
낸다.

다뉴세문경의 제작기법과 문양의 의미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기학학적 무늬는 태양빛을, 동심원은 우주를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청동거울은 제사장을 겸하는 정치적 우두머리가 하늘과 백성을 이어
주는 자신의 주술적 상징물로 이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