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내려오며 저는
손에 남은 당신의 온기를 조심스레
펴봅니다. 별들은 어느새 달빛 비낀 손금 위에
고이고 이따금 웃으며 저의 등을
치던 당신의 목소리도 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골목은 너무 멉니다

당신과 제가 안녕 하며 헤어진
돌자갈 구르던 사람의 땅이.

강형철(1955~) 시집 "야트막한 사랑" 에서

-----------------------------------------------------------------------

작중화자는 연인과 헤어져 돌아오는 중이다.

그는 비로소 연인으로부터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으리라.

손에 남은 그녀의 온기는 따뜻하고 거기 쏟아지는 별빛은 아름답다.

귀에는 아직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생생하고...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함께 살아갈 세상이 너무 어둡고 멀다는 것을.

앞의 밝은 분위기와 뒤의 어두운 분위기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