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세상이 먹빛으로 보인다.

그 아픔을 딛고 회복기로 옮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남다른 감동을 준다.

최근 출간된 "몰리와 모네"(다이앤 아이작스 저, 공경희 역, 최미숙 그림,
가야넷, 5천8백원)는 이같은 삶의 여정을 강아지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설
이다.

남편을 잃은 작가가 고통에서 벗어나 거듭나는 모습을 우화적인 기법으로
응축했다.

주인공은 몰리와 모네라는 강아지다.

둘 다 사랑하는 친구와 고양이, 사람을 잃었다.

그들의 주인인 짐과 다이앤도 이별의 슬픔으로 가슴아파한다.

주인과 강아지는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을 견디는 동반자다.

어느날부터 짐과 다이앤이 가까워지자 몰리와 모네는 또 한번 상실감을
맛본다.

네 주인이 내 주인을 빼앗아간다고 미워하던 강아지들이 서로를 골탕먹이
다가 결국 사랑으로 맺어지는 과정이 짐과 다이앤의 행복찾기와 함께 겹쳐
진다.

처음엔 화를 내다가 온통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옮아가는 감정의 흐름이 맛을 더한다.

또다른 책 "세상의 모든 길을 함께 가는 친구"(박수영 외저, 미래M&B,
7천원)는 시각장애인의 길동무인 맹인안내견 이야기다.

용인 삼성맹인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진솔이(래브라도 리트리버 암컷)를
저자인 박수영씨 가족이 데려와 1년간 퍼피워킹(훈련견 위탁사육 자원봉사)
으로 사회적응 훈련을 시키며 쓴 "육견일기"다.

네명의 가족과 애완견 나리, 그리고 진솔이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콧날 시큰한 얘기가 펼쳐진다.

책 뒤에는 지상의 길뿐만 아니라 마음의 길까지 밝혀주는 안내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