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요는 전통민요와 로망스, 소비에트 가요를 아우른다.

그래서 가슴저미는 애절한 멜로디가 있는가 하면 웅장한 대륙의 숨소리를
듣는 듯한 곡도 있다.

거친 자연과 봉건제의 압제하에서 고난을 겪어온 러시아 민중의 정서에
기반한 노래여서 우리의 민족감정과 통하는 면도 있다.

러시아 민요를 서방세계에 전파한 대표적인 성악가로 러시아계 독일 베이스
이반 레브로프를 들 수 있다.

팔세토(가성으로 고음역을 소화하는 창법)를 이용해 테너음역까지 노래하는
가수로 유명하다.

그가 1968년부터 녹음해온 대표적인 러시아민요 16곡을 국내 음반사 C&L이
CD 2장으로 묶어 내놓았다.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저녁종"과 "빛나라 나의 별이여", 집시의
선율이 비장하면서도 열정적으로 흘러나오는 "검은 눈동자", 말을 타고 거친
광야를 달리는 듯한 호쾌함이 느껴지는 "들판"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저녁종"과 "12도적의 전설"에서는 팔세토 창법으로 테너음역을
소화하고 있다.

덩치 큰 베이스가 테너소리를 내는 것이 어찌들으면 익살맞아 보이기도
한다.

역시 러시아 민요는 베이스가 부르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음반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