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집트 대사관저를 찾았을 때 라일라 데라 대사
부인은 전통의상인 "갈라베야"를 곱게 차려입고 문앞까지 나와 맞았다.

갈라베야는 "반가운" 손님이 올때만 입는 손님맞이용 실내복이다.

집안 여기저기에 장식품으로 놓여 있는 스핑크스는 이곳이 이집트대사관저
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양파와 마늘향이 코끝을 강하게 찔렀다.

주방에선 요리준비가 한창이었다.

냄새만으로는 전혀 낯설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데라 여사는 "오늘 준비한 음식은 한국식 "팥밥"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구샤리(Kouchari).

우리나라 잡곡밥에 해당하는 이집트의 대표 요리로 이집트 일반가정에서는
"밥"처럼 거의 매일 먹는다.

요리방법은 간편하다.

쌀 콩의 일종인 편두 마카로니 등을 한데 넣어 밥짓듯이 끓이면 된다.

팥밥과 틀린 점은 별도로 준비한 바싹 튀긴 양파와 토마토 소스 등을 얹어
함께 비벼 먹는다는 것이다.

맛은 진짜 팥밥과 흡사했다.

편두 때문인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깊은 맛이 우러 나오는게 특징
이다.

여기에 새콤한 토마토소스가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데라 여사는 이 음식을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국제음식페스티벌에 2년 연속
출품해 한국인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항상 자신있게 대접하는 간판 메뉴이기도 하다.

데라 여사는 "구샤리는 탄수화물(쌀) 단백질(편두) 섬유질(양파) 등을
한가지 음식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 덩어리"라며 "이집트에서는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기는 메뉴"라고 강조했다.

역시 외교공무원인 데라 여사는 한국에 오기전 그리스대사직을 수행했으며
지금은 휴직중이다.

외교부에서 일하면서 만난 남편과는 식성이 너무 틀리다고.

데라 여사는 한국음식중 갈비 불고기 등 육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달리
채식주의자여서 고기를 뺀 비빔밥 잡채 등을 즐긴다.

데라 여사는 "우리 부부처럼 개개인의 식성이 다르듯 각국의 음식문화에
공통점이 많지만 차이점도 있다"며 "이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수찬 기자 ksch@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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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OD & CULTURE ]

이집트 사람들은 식사전 반드시 화장실에 가서 손을 깨끗이 씻는다.

"비스밀라히 알라 하르만 알 라힘(In the name of God all merciful and
compassionate)"이라는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말로 식사를 시작한다.

또 "알 함드릴라(God, be praised)"라는 감사로 식사를 끝낸다.

식사때는 주로 오른손을 사용한다.

왼손은 빵이나 고기를 양손으로 찢을때 외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이집트에서의 정찬은 저녁이 아니라 점심 식사다.

따라서 식사 초대도 점심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초대와 방문은 이집트인들의 중요한 교제수단이다.

집안의 가장 좋은 방에서 손님을 맞는다.

이집트인들의 손님접대는 융숭하다.

음식을 많이 내놓고 그릇에 가득 담아 내는 것이 예의다.

음식이나 과일 등을 손님 눈에 보이는 곳에 많이 놓아두는 것도 그 때문
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양껏 먹어 주는게 초대에 대한 감사의 뜻이다.

그러나 접시에 있는 음식을 전부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 초대받아 방문하면 인사는 장황하고 길게 그리고 많은 덕담을 큰
소리로 이야기해 준다.

여름철 저녁식사에 초대받는 경우는 밤12시 이후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방문전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이 좋다.

식사에 초대된 사람은 꽃이나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물을 건넬 때는 양손이나 오른손으로 줘야 하며 왼손으로만 건네서는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