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8월 경북 경주시 155호 신라고분(천마총)에서 출토된 마구장식의
회화 천마도(국보 제 207호.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지금까지 알려진 신라시대의 회화로는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이 그림은 말이 진흙길을 달려갈 때 말 탄 사람의 발에 진흙이 튀지 않도록
말의 배 부분에 대는 장니라는 장식에 그렸다.

직사각형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장니 겉면에 채색을 써서 표현했다.

천마를 가운데 두고 사방에 식물문양의 일종인 인동당초문으로 테를 둘러
세련된 조화미를 보여주고 있다.

가운데 백색으로 그려진 천마는 공중에 떠서 달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갈기와 꼬리의 털은 수평으로 날카롭게 갈라져서 날리고 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발은 터덜터덜 걷는 듯한 모습이어서 모순된 느낌을 준다.

천마의 몸에는 군데군데 반달모양의 무늬가 새겨져 있고 앞 가슴과 뒷발
사이에는 각각 갈쿠리 모양의 장식이 달려 있다.

이같은 반달형 무늬는 고대 스키타이족의 문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림의 주제는 비상하는 백마.

장니를 사용한 말이 천마처럼 잘 달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신수(신령스런 동물)를 표현한 그림은 특히 장례와 관련된 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는 죽은 이의 영혼을 하늘로 실어 나른다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이건무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천마도와 같은 양식의 그림은 만주
집안현에 있는 5~6세기께 고구려 고분으로 추정되는 무용총 천장벽화에도
남아 있다"면서 "한국 고대 삼국문화의 상호관계를 밝히는데 매우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 강동균 기자 kd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