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Bit)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디지털 전도사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복음이 전파된지 5년여.

색깔도 무게도 없는 비트는 빛의 속도로 일상에 침투했다.

테크놀러지를 성부, 컴퓨터를 성자, 사이버 마인드를 성령으로 모시는
사이버 펑크족까지 등장한 상태다.

사이버의 물신화는 생각보다 빠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정진홍교수는 미래 인류의 이상을 아톰@비트
(atom@bit)로 구체화한다.

이메일 어드레스를 학명으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21세기엔 인터넷 ID가 이름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력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 조건을 "아톰", 가상현실을
유영하는 자유로운 정신을 "비트"로 상징했다.

아날로그적인 아톰과 디지털적인 비트의 결합이 미래사회의 관건인 셈이다.

그의 과학평론집 "아톰@비트"(푸른숲, 8천원)는 디지털 혁명을 기술이
아니라 감수성의 차원에서 받아들이라고 종용한다.

그는 "디지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느낌"이라고 단언한다.

설명을 요구하기에 앞서 몸으로 이해하라는 주문이다.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도 굿으로 보면 신명이 난다.

하루 24시간을 1천등분한 비트 시계는 사이버 타임 시대를 예고한다.

스위스 스와치사가 개발한 이 인터넷 시계는 전세계를 시차없이 동일시간대
로 편성한다.

1단위는 약 1분 26초 4.

@935시에 일어나 @958시에 샤워하고 @997시에 출근하는 식이다.

네티즌에게 인기있는 비트시계는 조만간 24시간 분할 시계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성균관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 윤승아 기자 a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