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겨울밤, 일본영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매주 목.금요일 밤 12시에 방송되는 예술영화TV(채널37)의 "영화노트"(연출
이건영)가 오는 11일부터 5차례에 걸쳐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을 통해
일본영화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일본 영화사의 지난 50여년 궤적을 거장의 작품세계를 중심으로 따라가보는
프로그램이다.

첫 주자는 1950~60년대 일본영화계에서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다.

한번도 해외영화제에 작품을 내놓지 않았던 감독이었지만 그의 "동경이야기"
는 전세계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 10편에 들만큼 요란하지 않게
영화사를 장식한 인물이다.

단순한 이야기구조를 유지하면서 삶의 무게를 잔잔히 드러낸 "가을오후"
"만춘" 등을 감상하며 영화적 기교를 배제한 그의 영화세계를 살펴볼 좋은
기회다.

17일은 음지에 있던 아시아영화를 세계인들 앞에 내놓았다는 평을 받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편이다.

1951년 "라쇼몽"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1998년
타계할때까지 그는 일본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회화적인 정교한 구도, 잘 짜여진 서술구조, 리듬감있는 편집 등이 그의
특징이다.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야스지로 감독과 달리 그의 영화는 특히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7인의 사무라이" "이키루" "거미집의 성" "카게무샤" 등 대표작들을
분석한다.

고집스레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온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8일 밤 만날수
있다.

"나라야마 부시코"와 "우나기"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번이나 손에 넣은
그는 일관되게 인간성과 일본의 밑바닥에 접근하려는 작업을 펼쳐왔다.

데뷔작 "도둑맞은 욕정"을 비롯 "니안짱" "돼지와 군함" 등 초기작에서부터
1998년작 "간장선생"에 이르기까지 일본영화의 뉴웨이브를 연 쇼헤이 감독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러브레터" "피크닉" 등 감각적인 영상으로 젊은감독의 기수로 나선 이와이
순지 감독(24일), 작품마다 무표정 죽음 무관심 등으로 일관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하나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25일)편이 이어진다.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