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연당시 음악극을 표방해 화제가 됐던 뮤지컬 "태풍"이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오는 12~2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태풍은 음악과 무대장치
가 도드라졌던 초연과 달리 배우의 연기를 전면에 내세운 버전업 모델이다.

이 작품은 김대성이 작곡한 전통음악과 체코의 작곡가 데닉 바르탁의
클래식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선율과 스펙타클한 무대로 전통속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추출해내는 이윤택의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음악에 가려 배우들의 연기가 위축되고 2부에 비해
1부가 다소 산만하다는 비평도 함께 따랐다.

새로운 버전의 "태풍"은 이러한 지적을 대폭 수용했다.

배우들의 연기비중을 늘리고 문제가 됐던 1부를 손질해 극의 속도감을
더했다.

특히 노래에 대한 부담으로 연기가 위축됐던 프로스페로역의 신구에게는
"태풍의 아리아" 한곡만을 부르게 해 성격배우의 연기를 맘껏 펼치도록 했다.

요정 에어리얼들의 코러스기능을 강화했다.

앙상블의 부조화를 막기 위해 더브캐스팅을 배제한 것도 눈에 띤 변화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낙향하기 직전에 남긴 "템페스트(Tempest)"를 원작으로
한 태풍은 구세대의 갈등을 젊은 세대가 치유한다는 시의성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법에 걸려 섬에 좌초한 알론조왕 일당과 12년전 그에 의해 섬으로 유배
당했던 정적 프로스페로의 대립을 두 사람의 자녀인 퍼디넌트왕자와 미란다가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남경주 이정화 등의 젊은 뮤지컬 스타들과 신구 송용태 유희성 등 중량감
넘치는 뮤지컬배우들이 한무대에 선다.

(02)523-0986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