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꽃에 얘기가 머물고 눈 날리는 아침
머언 숲 속에 깃들인 까치 한 마리 불렀으니
까치야 까치야 나의 손님을 모셔다 주렴
멀리 그립던 얘기 한 마디 더 하고 싶다

김광섭(1905~1977) 시집 "동경"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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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날리는 아침에 볼 수 있는 꽃이니 이 꽃은 서재에 피어 있는 꽃일
터이다.

"머언 숲 속에 깃들인 까치 한 마리 불렀"다는 대목에서는 그 서재가 까치
한 마리 쉽게 볼 수 없는 도시 한복판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까치를 불러 놓고 그는 말한다.

멀리 그립던 얘기 한 마디 더 하고 싶으니 나의 손님을 모셔다 달라고.

"멀리 그립던" 했으니 "나의 손님"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번역해 읽어도
좋으리라.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