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낳은 20세기의 대표적 역사가인 E.H.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역사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며 역사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같은 그의 지적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일은 새로운 역사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20세기의 역사를 꼼꼼히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세기에 우리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찰스 필립스.앨런 액설로드 저,
좋은책만들기, 9천원)는 20세기에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연대별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 찰스 필립스는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이자 "미 서부에 대한 백과사전"의
편집국장이다.

역사학자 앨런 액설로드는 1990년 미국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인도전쟁의 연대기"의 저자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부터 지난해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까지 변화무쌍했던 20세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요약했다.

각 나라의 중요한 정치적 상황과 변화의 물결을 비롯 명작으로 손꼽히는
문학서적의 출판과 예술사의 주요 흐름,세계 역사를 바꿔놓은 전쟁과
획기적 발명품들, 여성과 흑인의 인권신장 등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을
총망라했다.

단순히 사건이 발생한 연도와 날짜, 개요만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사건들을 둘러싼 배경까지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그러나 미국적인 시각에서 서양 역사를 중심으로 다룬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