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맞춤인간이 오고 있다''
저자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
역자 : 황현숙 외역
출판사 : 궁리
가격 : 1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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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인간의 두 팔 이식에 성공했다.

머리 이식까지 곧 가능하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9일부터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합법화된다.

생명과 과학의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최근 출간된 "맞춤인간이 오고 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 황현숙 외역,
궁리, 1만원)는 가장 가까운 장래의 생체 혁명을 미리 보여준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밀레니엄 기획특집 내용을
번역한 책이다.

"바이오닉 퓨처, 그 낯선 미래로"라는 부제처럼 "새로운 육체"와 감각,
혁신적인 미래의 사회상을 담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한 기술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논리를 바탕으로
온갖 시나리오를 펼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단연 인간복제다.

이 문제는 바이오닉 장기와 인공 자궁, 유전자 조작, 맞춤아기 주문 등
섬뜩한 예견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인체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

몸이 곧 우주라고 하지 않던가.

음악으로 치면 완벽한 화음의 오케스트라다.

18명의 과학자들이 선보인 "신세기 교향곡"은 일단 화려하고 놀랍다.

레퍼토리의 핵심은 "생체공학(Bionics)"이다.

이들의 악기는 생화학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 "테크놀러지"다.

이 연주회장에 들어서면 환상적인 세계가 전개된다.

당뇨병 환자는 자신의 세포로 배양된 반합성의 대체 췌장을 이식받으면
된다.

인슐린 주사도 신장투석기도 필요없어진다.

눈이나 귀 코 혀 등 인간의 감각 기능이 바이오닉 장기로 대체된다.

유전정보는 난치병 치료에 유용하지만 정상 유전자 대신 "우성 유전자"를
주입해 조립된 아기를 생산하는데까지 나아간다.

인공 두뇌의 발달로 컴퓨터와 인간이 결합된 사이보그가 출현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신화 시대에도 인간과 다른 생물의 결합체는 자주 거론됐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을 거쳐 궁극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어
내겠다는 욕심까지 이어진다면...

태비타 파울리지(과학저술가)는 "시험관 자궁을 이용해 남성도 임신할 수
있는 21세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단언한다.

로버트 화이트(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신경외과학 교수)는 1970년대
원숭이 머리 이식에 성공한 이래 곧 인간의 머리도 옮겨 붙일 수 있다고 주장
한다.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 신화 이후 사람들은 간이 재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머리 이식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10년 이상 인공 자궁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일본 과학자 노부야 우노는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며 인공 자궁에서 나온 아이들이
빈혈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67년전의 정확한 예측에 경악했다.

과학자들의 첨단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은 마냥 평화롭지 않다.

눈 앞의 신천지는 믿고 싶지 않은 "꿈"이기도 하다.

하기야 IBM 사장을 지낸 토머스 왓슨도 1943년에 "전세계의 컴퓨터 수요는
다섯대 정도 될 것"으로 믿었으니까 과학자들의 엄청난 예측에 손사래를
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이 과학기술 개발의 주체가 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객체로 바뀔 때는 차원이 달라진다.

이런 가공할 주객전도는 인간과 로봇, 인간과 인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어 우주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

과학자들도 첨단기술의 발전속도를 "무한질주"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들의 디지털 연주회는 우리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인큐베이터는 역시 어머니"(앤터니 아탈라 하버드 의대
아동병원 외과의사)라는 말은 인간 존엄성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는 경구다.

사람은 각자 거대한 오케스트라다.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만나 우주의 시원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을 타고 마침내
영혼의 화음을 이룬다.

과학기술은 단지 그 무대일 뿐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