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서울 거리를 끈에 묶여 끌려가던 검은 염소가
문득 뒤돌아 서서 공룡형상의 한 낯선 도시를 바라보듯...
그 슬픔이 칼이 되어 가슴을 비히듯...

장석주(1955~) 시집 "어둠에 바친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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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공룡 형상의 낯선 도시이고 자신은 그 번잡한 거리를 끈에 묶여
끌려가는 검은 염소다.

서울은 현대 문명의 상징이다.

그 현대 문명 속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목이 매여
끌려가는 격질감이 이 시의 주제다.

짙은 허무감이 깔려 있는데, 이 허무감이야말로 장석주 시의 마력이다.

조금은 비켜 서 있는 사람들의 사투리적 성격, 시는 본질적으로 이런 요소
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