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김소희, 해금과 피리의 명인 지영희, 가야금의 대가 성금연과 김윤덕
등은 국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이미 고인이 돼 이들의 음악을 실황으로 들어볼 길은 없다.

그렇다고 제대로 녹음된 음반이 남아있지도 않다.

이들이 1972년 미국 카네기홀 공연을 마치고 현지에서 녹음한 음반이 최근
CD로 나와 국악계에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 음반은 미국 논서치 레이블의 세계 민속음악시리즈물인 "익스플로러"로
녹음된 것.

70년대가 전성기였던 이들 명인들의 한창때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는
희귀음반이다.

30년 가까이 됐지만 현장감이 빼어나고 음색이나 악기의 특색도 잘 살려져
있다.

김소희가 "흥보가중 박타령" "심청가중 인당수대목"을 부르고 지영희가
피리독주 "평조회상" "창부타령" "해금시나위", 김윤덕은 "거문고산조",
성금연은 "가야금산조"를 각각 연주했다.

김소희의 박타령은 특히 애절하고 서정적인 맛을 느끼게 한다.

송만갑이나 박봉술은 강건하고 씩씩한 느낌을 주는 반면 김소희는 맑고 고운
목을 살려 차분하고 꼼꼼하게 부르고 있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