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별!
근시의 내 눈에는 어림도 없는데
딸애는 하늘을 가리킨다.

아찔하다, 타락의 심연!

* 황규관(1968~) 시집 "철산동 우체국"에서

딸은 별을 보는데 아빠는 보지 못한다.

"근시의 내 눈에는 어림도" 없다고 했지만 근시 탓이 아니다.

그것을 아는 순간 아빠는 아찔하다.

타락의 심연에 떨어져 있어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시는 이런 소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순수함을 잃은 눈에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리는 많은 사람들이 역설해
온 터다.

하지만 이 시는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딸과 아빠를 대비시켜 그 진리에
새로운 뉘앙스를 부여한다.

< 신경림 시인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