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교수의 "새 먼나라 이웃나라-일본편"(전2권, 김영사, 각권 7천원)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1987년 유럽편 여섯권 출간 이후 4백여만부의 판매기록을
세운 스테디셀러.

문화부 추천도서, 한국어린이도서상 특별상,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추천도
서로 선정된 우수 교양서다.

이번에 나온 것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주제로 한 "일본, 일본인편"
(제 7권)과 "일본의 역사편"(제8권)이다.

이원복(덕성여대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대 객원교수)씨는 역사적
특수성 때문에 생긴 오해와 거품을 걷어내면서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특징을
재미있게 분석한다.

그는 칭찬할 건 칭찬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중립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며 섬나라 일본의 독특한 풍습과 일본인들의 문화, 색다른 역사를
펼쳐보인다.

그의 집필 원칙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역사적으로 우리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상대방을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지명이나 인명 등을 모두 그 나라 발음에 따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천황도 "덴노"라고 그대로 썼다.

한국인이 거부감을 갖고 있더라도 글자의 뜻에 구애받지 말고 "번역할 수
없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인식하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에서 "덴노"는 정치적 의미보다 일본 역사 전체에 녹아있는
하나의 국가적 상징으로 쓰인다.

한일간에 툭하면 떠오르는 것이 과거에 대한 일본의 속죄 문제다.

일본은 그동안 "사과"나 "사죄"라는 말을 쓰지 않고 "유감"이나 "통석"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한국인을 격분시켰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일본인의
언어습관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인은 과격한 표현이나 직설적인 묘사를 최대한 삼가는 습성이 있어
"사죄드립니다"라는 말은 "스스로 배를 갈라 목숨을 끊으라"는 정도의 강도를
지닌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음식과 상술 문화를 독특한 캐릭터로 묘사한 그림도 흥미롭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