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고나 생활패턴 모든 것이 광속도로 변해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21세기.

아트선재센터는 반대로 "느림"을 주제로 기획전을 마련했다.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앞만보고 달려와 "빠름"으로만 변질되어버린 속도의
개념을 재고해 보기위한 자리다.

28일부터 3월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속도를
고수하며 한국미술의 새로운 단면을 묘사하기위해 노력해온 젊은 작가 7명의
작품이 나온다.

김수자 김영진 박홍천 배병우 육근병 이불 최정화씨 등.

김수자는 조각과 천들을 모아 바느질로 보따리를 만들고 그 보따리들을
트럭에 싣고 산보를 떠나는 과정을 비디오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김영진은 자신이 고안해낸 장치를 이용해 액체속을 유영하는 텍스트들의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시간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박홍천의 사진작품은 빛을 받아들이는 속도의 느린 조정을 통해 여러시간대
의 잔상을 화면에 모아둔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들은 사라지고 느리게 움직이거나 정지해있는 사물들만
남겨 둔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은 한민족의 역사성과 작가의 일상이 오랜 시간동안
투영된 작업이다.

육근병은 비디오작업을 통해 새벽이 밝아오는 실제시간을 영상에 담아내고
있다.

이불은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 사이보그의 이미지를 통해 테크놀로지의
빠른 발전과 그속에서의 여성, 혹은 우리사회에 대한 고정적인 시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최정화는 로봇과 모형경찰관 모습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의 속도성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큐레이터 김윤경씨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빠름이 곧 발전으로 받아들여
지면서 우리는 자신의 속도를 놓쳐버리고 거대한 서구문화담론의 혼란속에
빠졌다"면서 "이번 전시는 이러한 속도의 개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기획전은 1998년과 1999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미술관과 시드니의
뉴사우스 웨일스미술관에서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었다.

(02)733-8945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