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의 극을 한층 전진시킨 무대"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

"심오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에 감동받았다"

해외연극제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한 극단 산울림 대표 임영웅에게
쏟아지는 찬사들이다.

31년의 역사를 가진 연극 "고도..."가 27~3월5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열두번
째 무대를 갖는다.

극단 산울림이 소극장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펼치는 공연시리즈다.

지난 1969년 사무엘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던 해 겨울 국내무대에
첫선을 보인 "고도...".

쉬지 않고 관객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해온 연출가 임영웅의 연극인생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작품이다.

김무생 전무송 정동환 등 국내 연극계의 중견배우들도 한번쯤은 열정을
불살랐던 작품이다.

한 그루의 고목 밑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떠돌이 사나이가
실없는 수작을 벌이면서 "고도"씨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포조와 럭키라는 기이한 두 사나이가 잠시 머물다 지나가고 한
소년이 나타나 "고도씨가 오늘밤에는 못오고 내일은 꼭 온대요"라는 말을
전한 뒤 사라진다.

다음날 두 사나이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서 고도를 기다리지만 고도씨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가에서 누구인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씨를 기다리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는 낯선 풍경.

지루함과 초조함을 억누른채 고도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지만 끝내 고도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원작자 베케트는 "고도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나도 작품 속에 직접 썼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에 삶의 부조리를 투영했다.

합리성과 논리적인 전개를 뛰어넘는 구성을 통해 혼돈 속에 있는 삶을
비췄다.

임영웅의 "고도..."는 이러한 베케트의 원작을 가장 선명하게 무대화한
연극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도쿄 초청공연에서는 "이처럼 재미있는 고도를 본 일이 없다"
는 찬사가 쏟아질 정도였다.

일본내 연극공연중 "베스트 5"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석환 한명구 정재진 등이 출연한다.

(02)334-5915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