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시니(1792-1868)는 19세기 전반 유럽 오페라계를 이끈 이탈리아 작곡가다.

화려한 멜로디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벨칸토(bel canto) 창법을 오페라에
도입해 벨리니 도니제티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의 기초를 닦았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는 모두 37편.그러나 지금은 "세빌리아의 이발사"만
무대에 올려지고 나머지 작품은 서곡만 연주되고 있다.

1829년까지 오페라를 작곡하고 이후 40년의 여생을 종교음악에 바쳤기
때문에 자주 리바이벌되지 못하고 기억에서 사라져 간 것이다.

이런 로시니 오페라를 4편이나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국립오페라단과 한국 소극장오페라연합회가 공동으로 준비하는 "제2회 서울
소극장오페라 축제"가 바로 그것.

코믹오페라단이 "친자확인소동", 오페라무대신은 "세빌리아의 이발사",
음악친구들은 "나도 때론 도둑이 될 수 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비단사다리"를 각각 무대에 올린다.

이들 로시니 작품외에 국립오페라단의 "성춘향을 찾습니다"(홍연택 작),
"현명한 여인"(칼 오르프 작), 캄머오퍼21의 "사랑의 정원사"(모차르트 작),
예울음악무대의 "5월의 마리아"(지오르다노 작)도 공연된다.

11년만에 재공연되는 "성춘향."을 제외하곤 모두 국내 초연되는 작품들이다.

국립오페라단의 박수길 예술감독은 "대본과 악보를 이탈리아와 독일 등
현지에서 구하느라 힘들었다"면서 "축제의 신선함을 높이는 데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오페레타에 속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공연시간은 1시간
안팎.

그래서 하루에 2작품을 이어서 공연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오페라 부파(희가극)에 속하는 작품이란 점도 특징이다.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을 소재로 시대를 풍자하는 익살맞고 코믹한 작품이란
얘기다.

그랜드 오페라처럼 웅장한 스케일과 드라마틱한 극전개는 없지만 18세기
모차르트 때부터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는 인간사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무대다.

이번 축제에서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대목은 지휘와 연출을 대부분 30대
초반의 신진들에게 맡겼다는 점.

"현명한 여인"의 정성수(인천챔버오케스트라 지휘자), 최명신(독일
도르트문트오페라극장 전속 조연출), "친자확인소동"의 박영민(원주시향
상임지휘자), 연출자 이호현,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윤상운(부산시립청소년
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연출자 박경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젊은 제작진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면서 국내 오페라계에 큰
자극이 될 것으로 음악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28일까지 국립중앙극장 소극장

(02)2274-1151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