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일의 연극공간 유시어터(대표 유인촌).

9개월전 유씨가 사재를 들여 건립한 소극장이다.

보기 드물게 세련된 외관과 깔끔한 실내장식을 갖췄다.

강남 관객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주요 관객층은 강건너 사람들.

유인촌씨는 "강남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개척하기 위해 극장을 세웠지만 생각
처럼 쉽지 않다"며 "2000년에는 관객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다"고 밝혔다.

지난주 발표한 "유시어터 프로젝트 2000"에는 이러한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매주 무료 단막극 공연을 통한 연극계의 젊은피 수혈과 연극공연의
상설레퍼토리화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2월7일부터 시작되는 "월요단막극 상설공연"은 간결함을 추구하는 단막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연극의 묘미를 선사하고 젊은 연극인들에게는 새로운 실험의
장을 마련해준다는 취지.

공연을 원하는 젊은 작가와 연출가들은 누구나 자신의 무대를 무료로 가질
수 있다.

"청혼"(연출 문삼화)과 "종이풍선"(연출 박승걸)이 첫 작품으로 선택됐다.

유씨어터는 올해 한해동안 무대에 오를 작품들도 발표했다.

"나는 고백한다"(김광림 연출)를 시작으로 "미친 키스"(조광화 연출, 3~4월)
"택시 트리벌"(장진 연출, 5~6월) 오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유시어터)
뮤지컬 "카르멘"(박승걸 연출) 등 젊은 연출가들의 레퍼토리 공연이
이어진다.

오는 28~3월5일 첫 무대를 여는 "나는 고백한다"는 무대와 객석이 어우러진
집단 고해성사자리다.

개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지르는 수많은 잘못들을 고백의
형식을 빌려 토해낸다.

심장박동소리와 함께 무대가 열리면 나체로 평균대위에 움크린채 누워있던
남녀의 자기고백이 시작된다.

"밤길에 여자 치마밑에 손을 집어넣고 도망쳤습니다" "남편이고 아이고 다
버리고 훨훨 날아가고 싶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을 고백들이 봇물처럼 무대위로 쏟아진다.

이혜은과 문사비로가 더블캐스트로 출연하고 황택하가 남자주인공으로
연기한다.

(02)3444-0651/4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