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품종은?

요크셔테리어, 도베르만, 콜리...

내로라는 순종견들을 떠올리지 말자.

미국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지난 천년의 최고" 목록엔 "잡종개"가 가장
우수한 품종으로 당당히 올라있다.

온갖 유전인자가 뒤섞여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는 게 이유다.

사실 순종견의 대부분은 수백년에 걸쳐 특정 계열을 인위적으로 교배시킨
것.

심미적인 요소를 고려한 지나친 품종개량의 결과로 선천적인 유전병에
시달리곤 한다.

"밀레니엄인이 꼭 알아야 할 천년의 최고"(김석정 역, 드림21, 8천원)는
뉴욕타임즈 매거진의 특별기획 "더 베스트"를 엮은 책이다.

"최고라는 검색엔진이 인간이 이뤄낸 진보를 측정하고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가려내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기획의도 아래 사상, 발명품같은
진지한 주제부터 속임수, 구두점같은 별난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베스트"를 뽑았다.

"최고의 사상"으로는 이븐 알 헤이담의 "증거주의"가 소개됐다.

세계 사상사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경험주의적 광학이론은 시각의
신비를 둘러싼 논란을 일거에 잠재웠다.

훗날 최초의 경험론자인 로저 베이컨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고의 실수"도 재미있다.

"실수"로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러시아라는 후진국에서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켰던 레닌, 발효중인 포도주병 뚜껑을 잘못 열어 샴페인을
탄생시킨 수도사 페리뇽이 주인공이다.

책은 화려하게 조명받는 역사의 주역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찬란한, 혹은 비극적인 역사를 근원적인 뿌리와 함께 들춰올린다.

뉴욕타임즈의 쟁쟁한 논객들과 퓰리처상 수상작가, 역사학 교수, 의사,
음악가, 예술비평가들이 풀어놓는 지식과 통찰력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책의 2, 3부에서는 천년동안 여성의 지위 혁명, 인류 모험사도 다뤘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