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들끓어 올랐던
세상과의 불화를 잠재우고
홀가분한 몸뚱이로 봄을 기다리는 그대.

고영섭(1956~) 시집 "몸이라는 화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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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불화"가 부정적 이미지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성장하고
결실하는 과정을 "세상과의 불화"로 보는 시각이 독특하다.

겨울나무에서 온갖 번뇌를 벗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서 이 시는 시작된다.

이쯤 되면 한 옆에서 눈이 녹고 있는 양지에 잎 하나 달지 않고 서 있는
나목도 제법 행복해 보인다.

스님이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인 것 같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