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인도로 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곳에는 내면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정신의 묘약이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정제된 자아를 만난다.

객관과 주관, 물질과 정신이 어우러진 물아일체의 경지를 접할 수 있다.

종교적인 순례자도 많다.

그러나 절망적인 삶으로 휘청거리는 소외자들은 좀 더 버거운 이유로 인도를
택한다.

생활과 생존의 차원은 엄청나게 다르다.

그들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심신의 병을 먼저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강태기(50)씨의 장편소설 "마음이 아픈 사람은 인도로 가라"(전2권,
도서출판 답게)가 그런 경우다.

작중 주인공은 실직보다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무거움" 때문에
인도행을 결심했다고 털어놓는다.

작가는 느닷없이 실직당한 체험을 밑바탕에 깔고 그 위에 사회적인 의미의
층을 다각도로 겹쳐놓는다.

한 개인의 위안뿐만 아니라 당대 사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이를 위무하는
씻김굿의 의미를 함께 담아낸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쫓겨난 사십대 후반 남자가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인도로
날아간다.

그 곳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의 삶을 만나고 그들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본 모습을 돌아본다.

그가 인도에서 처음 발견한 "나"는 분노와 절망에 찌든 흉물이다.

소설은 그 허물을 벗겨낸 자리에서 용서와 화해의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그린다.

근 이십년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돌아오던 삶의 챗바퀴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서 남의 생을 구경하듯 담담해지는 순간도 체험한다.

식당에서 만난 한국 처녀 문달님과 들개떼로부터 구해준 스페인 여자
제노비타는 사랑의 다양한 무늬를 보여주는 또다른 분신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