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여는 경진년 새해에도 한국영화의 흥행돌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품성이 돋보이는 한국영화들이 새해 첫 극장가를 열기 때문이다.

이미 개봉된 영화들도 흥행열기를 잇고 있다.

1월은 월별 영화관람객수 3위의 영화 성수기.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간 불꽃튀는 기세싸움이 예상된다.

가장 주목되는 영화는 "박하사탕"이다.

1일 0시 새 밀레니엄의 개막과 동시에 개봉되는 이 영화는 "초록물고기"
(97년)의 이창동 감독이 만든 두번째 작품.

영화는 한 남자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시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얘기한다.

이야기 서술구조가 독특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이다.

7개의 장 마다 한단계씩 시간을 거꾸로 돌리며 그 남자의 20년 인생중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을 찾아간다.

생활에 찌들어 망가져 버린 중년의 남자, 비열한 고문형사, 광주진압부대원
등 그 남자의 과거사로 걸어내려가며 우리 현대사와 개인이 감내해야했던
아픔의 근원을 훑는다.

그리고는 20대 첫사랑에 이르러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순수로의
회귀를 외친다.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이 열연했다.

"박하사탕"의 바통은 "행복한 장의사"(1월8일 개봉)가 이어받는다.

장문일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는 가업을 전수하려는 할아버지(오현경)와 장의사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손자 재현(임창정), 장의를 배우려는 철구(김창완), 대식(정은표)의 이야기다

엉뚱하기 짝이 없는 해프닝으로 웃음을 만들고 주변사람들의 죽음으로
눈물짓게 하며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만드는 영화다.

섹스와 피칠갑으로 얼룩졌던 세기말의 스크린과는 달리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수작이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사람냄새와 작은 삶의 흔적에 초점을 맞춰 엮은
화면이 정갈하다.

두 차례에 걸친 등급보류로 개봉되지 못했던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8일
개봉도 흥행대열에 합류한다.

주인공이 여고생복장을 한 장면, 성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장면 등 5분
가량을 삭제했다.

미성년자와의 직설적이고 변태적인 섹스장면으로 창작의 자유와 외설논란에
불을 지폈던 영화여서 흥행폭발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일기"(1월8일 개봉)는 다섯살짜리 꼬마가 진짜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휴먼 코미디.

자신을 아빠라며 찾아온 꼬마 때문에 애인 주리(시로야마 히로미)에게
의심을 받는 영화감독 지망생 도일(이휘재)이 꼬마의 진짜 아빠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

도일이 이 여행을 통해 책임감을 느낄줄 아는 신세대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희망있는 신세대를 통해 기성세대의 잘못을 반성하고 싶다는 원로 고영남
감독의 시각이 새롭다.

"학교전설"(감독 김현명.1일 개봉)은 어린이판 "여고괴담"이다.

교환수업을 위해 시골초등학교로 캠핑온 서울의 초등생들이 학교에 숨겨져
있던 무서운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TV드라마 "은실이"의 전혜진이 어린이 관객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영화로는 "본 콜렉터"(The Bone Collector.1일 개봉)가 새해를 연다.

"세븐"식의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다.

사고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법의학 전문형사 라임(덴젤 워싱턴)과
단서를 남겨 또다른 살인을 예고하는 범인 사이에 벌어지는 두뇌싸움으로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영화다.

"스튜어트 리틀"(Stuart Little.8일 개봉)은 9cm 크기의 디지털 새앙쥐를
주인공으로 한 실사합성 3D 애니메이션이다.

사람보다 더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연기를 하는 디지털 배우 스튜어트를
만들어낸 특수효과팀의 기술이 경이적인 작품이다.

"소나티네"(8일 개봉)는 새해 첫 개봉되는 일본영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작품이다.

일본 야쿠자 폭력세계의 비정함을 그렸다.

이밖에 율 브린너, 데보라 카 주연의 뮤지컬 영화 "왕과 나"(56년)를
리메이크한 "애나 앤드 킹"(Anna and King)이 31일 개봉돼 새해 영화의
흥행대열에 가세한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