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웨스트 엔드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견줄만한 세계 공연예술의 명소다.

특히 뮤지컬에서만큼은 최고의 위상을 자랑한다.

"캐츠" "미스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는 뮤지컬 대작들이 모두 이곳에서 출발했다.

현대 뮤지컬의 본고장인 이 웨스트 엔드에 "검은 머리"가 나부낀다.

올해 열아홉살의 한국인 김나이양이 그 주인공이다.

김양은 한국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발레명문 영국 로열 발레 스쿨을 졸업한
재원.

지난 7월 졸업후 매그넘 프로덕션의 "왕과 나"의 오디션에 응시해 2백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됐다.

3월말 배역이 확정되면 4월 중순부터 매주 8회 1년 계약으로 팔라디움
극장에 서게 된다.

김양은 또 영국 국립 오페라단(English National Opera)에서 기획중인
오페라와 발레의 합작품 "미스터 닉슨 인 차이나"오디션에도 합격해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너무나 기쁘다"면서 "전공인
발레도 매력적이지만 현대무용 뮤지컬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경험을 쌓은후
향후 진로를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영국에서 생활한 김양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내면이 아름다운 예술인이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