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46)씨와 이청해(51)씨가 신작 소설집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문학과지성사)와 "플라타너스 꽃"(민음사)을 각각 펴냈다.

최씨의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는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8개의 중.
단편으로 엮은것.

표제작에는 인간의 순수성이 물신주의와 탐욕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현실에서 소외된 주인공 "바이"와 "파랑손"은 트럭을 타고 떠돌다 땅끝에
정착해 "바람국화" 재배에 성공한다.

이들은 최고의 색과 향기를 지닌 바람국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땀흘리지만
이 꽃으로 한몫 보려는 속물들은 딴 생각만 한다.

식물학자들은 학명을 정하느라 소모전을 벌이고 제약회사들은 돈벌이를 놓고
싸운다.

결국 사람들의 탐욕에 짓밟혀 애초의 순수한 의지는 빛을 잃고 바람국화마저
소멸돼 버린다.

전쟁연작 3편은 우리의 삶과 전쟁의 참상을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어놓은
작품이다.

"전쟁들:그늘 속 여인의 목선"은 부유한 병원장 부인이 남편을 버리고
전쟁 불구자와 잠적해 버린 사건을 소재로 규범화된 삶을 뒤집어 보여준다.

"전쟁들:숲속의 빈터"는 삼십대 초반 남녀의 평화로운 일상이 미친
제대군인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다.

9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하나코는 없다"를 비롯 "물방울 음악" "창밖은
푸르름"도 밀도있게 읽힌다.

이청해씨의 "플라타너스 꽃"은 존재의 근원을 진지하게 살핀 작품집이다.

가족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한 주부의 이야기 "러브레터"는 인간의
본성을 씁쓸하게 되비춘다.

차가 물에 빠졌을 때 그녀는 가족의 슬픈 허우적거림을 보게 된다.

남편은 저도 모르게 버둥거려 둑 가까이로 가고 두 아들도 따라 간다.

그녀만 차 안에 갇혀 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살아난다.

이 사건 이후 기서와 나머지 가족들은 서로 눈을 마주보지 못한다.

표제작 "플라타너스 꽃"은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 작품.

생리대 제작회사 과장이 절친한 친구의 월북소식을 듣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헤매게 된다.

그에게는 친구나 아내도 모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별 관심을 끌지못하는 플라타너스를
통해 "플라타너스에도 꽃이 피나"라는 화두를 던진다.

네번 결혼한 여인이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찾아가는 이야기 "머물고 싶은,
또는", 딸과 노모의 한나절 나들이를 그린 "작은 세계"도 눈길을 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