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언리미티드"(원제 The World Is Not Enough )가 주말 개봉된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기초로 지난 62년 첫선을 보였던 007영화 시리즈의
19번째 작품이다.

숀 코너리, 조지 레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에 이어 5대 제임스 본드가
된 피어스 브로스넌이 첩보영웅 "본드"로 출연한다.

브로스넌이 007영화의 주인공을 맡기는 "골든아이"(95년) "네버다이"(97년)
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 작품은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개봉주말 3일간 3천7백20만5천달러의
입장수입을 올리며 007영화 시리즈 중 최고의 단기 흥행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이야기구조는 기존 007시리즈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뛰어난 두뇌와 신체적 능력을 갖춘 본드가 예상치 못한 무기를 동원하며
악당을 쳐부순다는 게 골자다.

미모의 본드걸과의 로맨스도 어김없이 곁들였다.

상식적으로는 수긍할 수 없는 장면의 연속이지만 그게 007영화의 가장 큰
미덕.

앞뒤의 논리나 의미를 따지기 보다 장면장편 펼쳐지는 액션에 눈을 맡기면
그만이다.

석유계의 거물 킹이 영국 대외첩보기관인 MI6 건물안에서 폭발사고로
죽는다.

킹은 본드의 상관인 M(주디 덴치)의 절친한 친구.

M은 큰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본드에게 킹의 외동딸인
엘렉트라(소피 마르소)를 밀착보호하게 한다.

엘렉트라를 곁에서 지키던 본드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한다.

사실 엘렉트라는 세계 석유공급시장을 장악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

어릴적 자신을 납치한 르나드(로버트 칼라일)와 결탁, M의 권고대로 자신의
몸값지불을 거절한 아버지를 살해하고 송유관사업을 독점하려는 것이다.

르나르는 머리에 박힌 총알 때문에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

엘렉트라가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핵미사일을 탈취, 다른 송유관을
파괴하려고 한다.

본드는 핵미사일을 도난당한 러시아 기지에서 만난 여성과학자 존스
(데니스 리처드)와 함께 음모의 껍질을 벗겨간다.

본드는 그러나 엘렉트라의 술수에 말려 위기에 처하고 M마저 엘렉트라에게
붙잡힌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한 본드는 잠수함을 탈취해 핵미사일을 터뜨리려는
르나드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초반의 액션장면부터 호쾌하다.

본드가 자신을 노리는 정체모를 여성 저격범과 벌이는 템즈강에서의
보트추격장면이 시원하다.

급습한 악당들에 쫓겨 알프스 설원을 내리닫는 장면이 긴박감을 더한다.

Q(데스몬드 르웰린)가 새로 선보인 첨단 장비들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신형 스포츠카와 순간적으로 온몸을 감싸는 방어코트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젠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가 된 Q를 대신할 인물로 어리숙한 R를 등장시킨
점이 익살스럽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본드역할은 갈수록 세련미를 더하는 느낌이다.

브로스넌은 다음 20번째 007영화에도 출연키로 되어 있다.

소피 마르소의 연기는 깊이가 좀 얕았다.

세계정복의 야망과 복수심에 끓어오르는 "팜므 파탈(악녀)"의 이미지를
속까지 살려내지는 못했다.

영국출신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