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친구나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과 이웃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에세이 "천사와 함께 나눈 차 한 잔",
성탄절 관련 시를 모은 "크리스마스 시집"이 눈길을 끈다.

"천사와 함께 나눈 차 한 잔"(한스 콘라드 찬더 저, 백미란 역, 김수경
그림, 찬섬, 5천5백원)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62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인 마호멧이 명상에 잠겨 있을 때 고양이가 다가와 그의 넓은 소매 위에서
잠들었다.

마호멧은 하인에게 가위를 가져오라고 하여 옷소매를 둥글게 잘라낸 뒤
고양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일어섰다.

자신의 명상이 중요한만큼 미물의 영혼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가르침을
보여주는 일화다.

하인리히 8세 시대에 재상을 지냈던 성인 토마스 모루스는 거지들을
목매달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왕의 폭정에 반대하다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그러나 그는 "당신이 지금 곧 직장으로 일하러 간다면 이 불경기에 고용주를
위해 딱 1분만이라도 간절하게 기도하십시오"라며 진정한 용기의 의미와 남을
위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중국 양쯔강에서 시커먼 석탄을 나르던 배의 선장은 눈부시게 하얀 옷만
입었다.

왜 그랬을까.

더러운 것을 나르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청결한 것의 진가를 안다는 교훈이
그 속에 녹아 있다.

"많은 친구를 원한다면 먼저 혼자 있는 법을 배우라" 등의 잠언과 파스텔톤의
그림 20여컷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분위기를 새롭게 해준다.

"크리스마스 시집"(양업서원, 7천원)은 성탄절과 아기예수에 관한 시를 모은
것이다.

시인 박태일(경남대 국문학과 교수)씨가 한국 근.현대 문학작품 중에서
57편을 가려뽑았다.

박씨는 "신앙의 있고 없음에 걸림없이 시인들은 주요한 삶의 경험으로서
크리스마스를 살뜰히 노래해왔다"며 "이 선집은 신앙시의 연구자료로
손색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녀.신부.목사시인들의 작품뿐 아니라 영화배우 엄앵란씨의 자작시까지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내용은 성탄의 기쁨이나 개인.사회의 구원을 노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녀시인 이해인씨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린/금방울 은방울처럼/동그랗게
반짝이는/믿음 소망/사랑//크리스마스 마음으로/매일을 살고 싶어"
("크리스마스 마음-성탄")라고 마음을 추스린다.

조병화씨는 "무엇이 그리 신난단 말인가/(중략)/알 수 없이 살아가는 세상/
눈이라도 내렸으면"("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