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햇동안 묵은 감정과 못다한 얘기를 풀어놓는 각종 모임이 12월 달력을
꽉 채우고 있다.

올해는 특히 경기가 회복된 분위기 때문인지 송년 파티나 모임 자리가
지난해보다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자는 즐거움보다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
지 은근이 걱정부터 앞서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몇 벌 양복으로 1년을 지내온 평범한 비즈니스 맨과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온 주부라면 더욱 그렇다.

LG패션 닥스 여성복팀의 이은주 실장은 "무조건 화려한 의상을 찾기보다
모임의 목적과 장소에 맞게끔 옷입는 센스가 필요하다"면서 "액세서리와
소품을 잘만 활용하다면 평범한 옷도 훌륭한 파티복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패션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기울여 듣고 특별한 날의 주인공이 돼보자.

<> 비즈니스 맨을 위한 옷차림 가이드

서양사람들의 파티처럼 반짝거리는 연미복에 나비넥타이를 매도 어색하지만
매일 입는 비즈니스 슈트를 그대로 입는 것도 멋쩍은 일이다.

남성들에게 가장 무난한 연말모임 옷차림은 캐주얼 정장이다.

답답한 넥타이 대신 스카프를 이용하거나 셔츠를 벗고 터틀넥 스웨터를
입는 등 평소와 다른 멋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보자.

디자이너들이 멋내기 초보자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차림은 스카프 패션이다.

노타이 차림에 스카프를 셔츠 속에서 살짝 묶어주거나 밖으로 늘어뜨리면
파티복 분위기가 확 살아날 것이다.

이때 스카프 색상이 너무 화려하면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으므로 셔츠와
같은 계열의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주 작은 물방울 무늬나 잔 체크문양도 추천 디자인이다.

멜빵이라 부르는 서스펜더도 좋은 변신도구다.

활동적인 남성이미지를 살려주는 서스펜더는 단정한 스카프 패션과 어울리면
더욱 멋스러운 아이템이다.

단 서스펜더 착용시 허리벨트를 매지 않는다는 원칙에 주의해야 한다.

비즈니스 슈트를 그대로 입는다면 넥타이와 액세서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도록 한다.

셔츠 소매끝에 조금 눈에 띄는 색상의 커프스 버튼을 해주고 넥타이 핀도
달아보자.

넥타이는 공단처럼 광택이 있는 디자인을 고른다.

보석을 박은 듯한 스팽글이 달린 넥타이도 시중에 나와 있으니 활용해보자.

재킷 상의에는 손수건이나 작은 스카프를 이용, 포켓 칩을 꽂아본다면 한층
화려한 파티복을 연출할 수 있다.

<> 주부를 위한 옷차림 가이드

디자이너들은 친구들끼리 만나는 편한 자리에는 대담한 의상을 입고 나가
볼 것을 권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랩스커트에 흰색 셔츠, 몸에 붙는
재킷을 입고 망사 스타킹이나 반짝거리는 래깅스에 높은 굽 구두를 매치해
본다.

또는 반팔 원피스에 숄이나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그 위에 광택있는 벨벳
재킷을 살짝 걸쳐준다.

이러한 스타일에는 화장 역시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펄 메이크업을 눈 주변에 해주고 목이나 팔등에도 펄을
살짝 뿌려준다.

실내에서 재킷을 벗었을 때 드러나는 맨살 위로 은근히 빛이 나는 느낌이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다.

점잖은 부부동반 모임에는 고급스러우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내는데 주력한다

이때는 벨벳과 새틴 등 부드럽고 유연한 섬유로 만든 옷이 제격이다.

어딘지 허전하다면 화려한 목걸이 하나를 어울려 주거나 심플한 디자인의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 또 큐빅 장식 머리핀 등으로 포인트를 준다.

가방은 끈 없이 손에 쥐거나 겨드랑이에 낄 수 있는 작고 가벼운 이브닝
백을 들도록 한다.

이 차림에는 피부톤은 밝게 하고 아이 메이크업은 간결하게 처리한 화장이
어울린다.

긴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묶는 업 스타일로, 짧은 머리카락은 뒤로 잘 넘긴
후 핀으로 고정시켜 깔끔하게 처리한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