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혼돈과 불안은 비단 오늘 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AD 99년에서 100년으로 넘어갈때,999년에서 1000년으로 건너뛸때도 묵시록을
근거로한 종말론이 인류를 불안에 떨게 했다.

절대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던 당시 세계관도 파괴와 재구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질병, 종파분립, 새 정치세력의 등장으로 세계사는 요동쳤다.

혼란상의 본질이 비슷했기 때문에 그 끝맺음도 상당히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매 세기말 인류의 대응 양식을 재조명해봄으로써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기말적 특징을 지닌 사건에 대한 대처방법도 유추할 수 있다.

세계 밀레니엄협회 부회장인 힐렐 슈바르츠가 쓴 "세기의 문-전환기의 역사
(원제 CENTURY''S END, 아카데미북, 1만2천원)"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한 밀레니엄의 전환기에 과거 사람들은 다음 세기를 어떻게 기대했고 그
전환기를 어떻게 이용했는가를 상세히 보여준다.

자원고갈과 테러리즘, 제도의 부패와 갑작스런 금융파탄 등 현재의 난관을
지적하고 경종을 울린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가속도가 붙은 기술적인 진보로 인류가 스스로
자멸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슈바르츠는 이런 경고의 이면에 희망의 메시지를 하나 달아둔다.

세기말이 극도의 정신적 패닉상황을 겪었지만 다음 전개되는 새로운 세기는
항상 "구원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는 책 서두에 "우리는 찬란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으며 이 순간은 우리
에게 명석함과 기민함, 엄정함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로 구원의 의미를 설명
했다.

이 책은 지난 90년 미국서 처음 출판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기말의 역사를 골고루 치밀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다.

특히 슈바르츠의 종교적 혜안과 문학 역사 물리학 등을 넘나드는 박식함이
책의 무게를 더한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