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무조건 아름답고 재미있는가.

최근 나온 "그림동화 X파일"(시미즈 마사시 저, 정윤아 역, 좋은책만들기,
7천5백원)을 펼치면 동화속의 으스스한 비밀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수인 저자는 그림 동화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의
이면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는 빨간 모자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숲속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힌 뒤 간신히 목숨을 건져 복수한다는 얘기를 뒤집어
보여준다.

병든 할머니가 가족과 떨어져 사는 이유, 늑대 가죽을 쓴 아버지가 딸의
처녀성을 빼앗는 근친상간, 빨간모자로 상징되는 여성의 유혹, 산신할머
니와 제사장의 역할까지 대비하며 그 속에 숨겨진 사회학적 의미를 찾는다.

숲에 버려진 아이들이 집을 찾아가는 내용의 "헨젤과 그레텔"도 색다른
각도에서 조명한다.

동화속의 "엄청난 기근"은 근대나 중세일 수 있고 그보다 먼 고대일 수도
있다.

그는 "동물의 세계에서나 벌어질 법한 약육강식의 원리가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형제간에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들 오누이의
애틋한 마음을 남녀간의 애정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계모의 말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아버지는 현대의 허약한 가장일 수도 있고
모권시대의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