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거리에 구세군 냄비가 등장해 우리 주변에 가난한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일 새삼 일깨워 준다.

또 각 기업들은 바자회나 성금 모금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불우이웃돕기
운동에 동참하며 기업의 양심이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패션회사들도 가난한 이웃돕기에 옹색하지 않다.

페라가모나 루이비통, 테스토니, 불가리 등 톱브랜드들은 매년 적극적이고
이색적인 방법을 통해 갈 곳 없는 어린이와 노인들을 도와주고 있다.

자선행사를 통해 톱브랜드들은 패션산업이 단순히 가진 자의 과시욕을 만족
시키는 사치스러운 비즈니스가 아닌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긍정적 인식
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명품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연중내내 활발한 자선행사를 벌이는
패션회사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봄 이 브랜드의 대표적 단골 고객이었던 오드리 헵번을 기념해
열린 두차례 행사는 일반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페라가모는 올해가 오드리 헵번의 탄생 70주년임을 감안, 그녀를 기릴 수
있는 행사를 플로렌스와 뉴욕에서 두차례 열었다.

플로렌스 전시회에서는 영화와 저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속에 남은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와 입생로랑 지방시 등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들의 의상을
입은 그녀의 우아한 모습, 또 그때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그녀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어 열린 뉴욕전시회에서는 소더비측의 진행으로 오드리 헵번의 라스트
(구두틀) 10개와 이것의 사진이 실린 앨범이 경매됐다.

이때 팔린 라스트는 페라가모와 유명 현대 예술가들이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장식한 작품들이다.

이 두 행사를 통해 마련된 돈은 오드리 헵번 어린이기금에 기부돼 그녀의
이름을 따 미국 동부에 세워질 소아전문병동 건립비로 쓰였다.

같은 이탈리아의 구두명가 아 테스토니 역시 후한 자선행위로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 회사의 아시아마케팅 디렉터인 바바라 피니 여사는 "매년 연말이면 그해
생산된 테스토니 구두와 옷을 노인과 집없는 사람들에게 보낸다"고 말했다.

의류를 생산하지 않는 관계로 옷은 별도로 사서 보낸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프랑스 회사 루이비통은 월드컵 축구공을 이용한 유니세프 기금모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는 영화 음악 스포츠 정치 미술 등 각 분야의 세계 유명인사들이
자신만의 포즈로 루이비통 축구공을 들고 찍은 책, 리본즈(Rebonds)를 제작,
지난 여름 40달러에 판매했다.

물론 모든 수익금은 유니세프로 전달됐다.

리본즈는 리바운드를 뜻하는 불어로 각 유명인들이 루이비통 축구공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후 다음 사람에게 공을 패스하듯 사랑의 바톤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책에는 영화배우 숀 코너리, 장만옥, 실베스터 스탤론, 정치인 헨리
키신저, 세계 권투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 등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등장했다.

또 지휘자 정명훈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유니세프를 위해 많은 개발도상국들과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알게 된 것은
바로 나이나 빈부의 차이에 관계없이 어린이들 모두가 똑같이 공차기를 한다
는 사실입니다"

유니세프 대사인 로저 무어의 말에서 리본즈의 기획 취지를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의 보석브랜드 불가리도 유니세프와 관계가 깊다.

불가리는 이 브랜드의 마니아인 톱모델 클라우디아 쉬퍼를 위해 만든 쉬퍼
가방을 한정 제작해 이로부터 생기는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표명, 자연을 소재로 한 내추럴리아를
발표해 이 라인의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했다.

또한 환경보호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가프레 레지오 감독을 도와
"아니마 먼디(Anima Mundi)"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