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감독의 아들 신정균씨의 데뷔작인 "삼양동 정육점"은 영화외적인
면에서 관심을 모았다.

감독과 배우를 제외한 제작진이 "노랑머리"에 이어 내놓는 영화란 점에서다.

노랑머리는 10대들의 트리플섹스 등 파격적인 섹스신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
로부터 첫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파문을 일으켰던 작품.

삼양동 정육점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섹스신의 수위에 맞춰졌고 제작사
역시 "적나라한 욕망이 혼재하는 정육점" "모두가 하고 있고 느끼는 생활로
서의 섹스"를 강조했다.

영화는 일단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와 그를 둘러싼
네 남녀의 사랑얘기를 그렸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여자 신혜(나경미).

정육점 주인 상현(박경환)의 청혼을 받아들이기 위해 정육점으로 향하던
신혜는 정육점까지 쫓아와 겁탈하려는 불량배를 살해한다.

신혜 대신 옥살이를 하고 나온 상현은 담당형사였던 동천(최철호)이 정육점
과 신혜를 차지하고 있는 어이없는 현실을 접한다.

동천은 상현과 신혜의 순수한 사랑에 불안해 하며 신혜의 사랑을 갈구한다.

여기에 몰래카메라로 신혜를 엿보는 약사 광호(강태준)와 섹스를 비즈니스
수단으로 생각하는 보험외판원 명희(이현주)와의 관계가 얽힌다.

제작자인 여한구씨는 시사회에 앞서 "노랑머리는 기대이상의 문화적 충격파
를 일으켰다"며 "이번에는 드라마가 있는 영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러나 밀도있는 드라마를 세우는데 실패했다.

초반의 비논리적 상황설정은 일상의 모습을 잡는데도 힘이 달렸다.

노랑머리식의 파격도 기대난이다.

< 김재일 기자 kjil@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