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TV(채널 37)가 천년기가 바뀌는 즈음에 꼭 어울리는 클래식 여행을
준비했다.

다음달 1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방송될 특집 "죽음과 탄생, 모차르트와
베토벤".

12월 1일 오후 7시에는 "저물어 가는 1900년대"를 위해 바로크음악의 대가
존 엘리엇 가드너의 지휘로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을 내보낸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4부 혼성 합창이
숭고한 울림을 전해주는 곡.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전곡 감상의 기회가 드문 곡이기도 하다.

"레퀴엠"은 그 탄생을 둘러싼 신비스런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1791년 이름을 밝히지 않는 낯선 남자가 모차르트에게 장송곡을 의뢰했다.

하지만 작곡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고 독촉은 점점 심해졌다.

모차르트는 그가 저승사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

병상에 누워서도 작곡에 열중하던 모차르트는 그해 12월 5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결국 모차르트는 자신을 위한 진혼곡을 쓴 셈이다.

이 기이한 에피소드는 영화 "아마데우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방송에는 이탈리아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잉글리쉬 바로크솔로이스츠의
연주.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토, 테너 앤소니
롤프 존슨, 베이스 알라스테어스 마일스와 같은 세계적 성악가들이 출연했다.

새천년을 축복하는 음악으로는 악성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어보자.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7시에
베를린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내보낸다.

제 1번부터 8번까지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했다.

마지막 9번은 10년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을 때의 기념 연주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봉을 잡았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