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 한국은행 총재 >

[ 도서명 : ''논증의 중요성''
저자 : 도날드 벤슨
''The Moment of Proof:Mathe matical Epiphanies
(OxfordUiversity Press, 19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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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 것은 개체유지의 본성과 함께 행동의 이중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중성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균형유지 또는 안주.보수 성향과 반균형 또는
변화.진보 성향이다.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기득권층은 현 균형상황을 지향하고 나머지층은
반균형을 지향한다.

반균형 지향층이 아닌 경우라도 개인이나 집단이 진취적이어서 높은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지녔거나 투기성향이 강한 경우에도 반균형을
지향한다.

역사관점에서 볼 때 변화추구력이 강하면 발전지향성을 지닌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도 상상력과 논증력을 바탕으로 할 때만 강한 역동성을
지닌다.

상상력은 새로운 고안과 기대감을 북돋운다.

논증을 통한 사물인식은 주관적 무지의 편향성을 바로잡아주는 바탕이다.

또 상상력이 빠지기 쉬운 관념을 객관적 현실세계로 이끈다.

그것이 문명의 바탕을 조성하는 본질이다.

상상력과 논증력이야말로 발전의 시대정신을 일깨워주고 현실화하는 기초다.

수리의 본질도 사실은 상상력의 검증력에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수학도가 아닌데도 항상 수리논증법에 호기심을 지닌 사람
으로서 이번에는 수리논증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상상력과 함께 검증력이 얼마나 중요한가의 수리적 예를 살펴보자.

갑이 을에게 수수께끼를 냈다.

을의 집에서 정남 쪽으로 10Km 갔다가 다시 정동 쪽으로 10Km 간 후 다시
정북 쪽으로 10Km 가면 을이 출발한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만일 도착할 수 있다면 자기 집에 도착했을 때 어떤 동물이 있을까?

그 동물의 색깔은 어떤 것일까?

이 물음에 어떤 답이 나올 수 있을까?

답은 여러 가지 나올 수 있다.

평면에서는 위 수수께끼의 답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입체면을 상상하면 위의 예에서 자기 집이 북극점에 있을
경우 자기 집에 도착할 수 있고 자기 집에 있는 동물은 북극곰이며 그 색깔은
물론 흰색일 것이다.

다음에는 두 수의 곱셈에 대한 특수한 연산법의 예를 들어서 인간의
상상력과 검증력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자.

57 X 25의 값을 알아내는 방법은 우리가 아는 것 하나뿐일까?

만일 다른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농부는 수학자가 아닌데도 통상의 곱셈법이 아닌
특수한 곱셈법을 알고 있다.

편리성 여부에 불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57과 25를 우항 25를 2로 나누고 소수점 이하 단수를 버린 후 계속 2로
나누어 같은 방법으로 1이 될 때까지 좌항 57을 계속 2배하여 표에서 지운
것처럼 오른쪽 항이 짝수인 항을 지운 후에 나머지 3항을 합치면 1425의 값을
얻는다.

이것을 2원계(binary system)라고 부른다.

이처럼 상상력과 논증의 예는 무한히 많다.

따라서 이를 추구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의 획기적인 발전 동력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의 수학과 명예교수인 도날드 벤슨(Donald
Benson)은 "수리발견의 기쁨과 경험을 알리기 바란다"는 뜻에서 "논증의
중요성(The Moment of Proof:Mathematical Epiphanies)"(Oxford University
Press, 1999))"이라는 수리본질을 저술했다.

그는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서 수학의 정석을 초월한 수리연구 결과를 위에서
예를 든 수수께끼 같은 내용을 담아 이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약간의 수학적 지식만 있으면 일반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무한한 상상력과 검증인식이 필수적이다.

이 책에는 정의, 가정, 정리, 증명, 개념정의 등의 특수 표현 등을 일상
생활들로부터 추출해서 잘 정리하였다.

증명내용 가운데 불분명한 곳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리추론법과 관련 문제
를 찾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검증이야말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처럼 관념과 합목적성 때문에 객관적 사실과 논증을 외면한 채 관념에
사로잡히기 쉬운 인식의 오류를 깨우치는 매우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