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신경제"는 아직도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이자율을 올리냐 마느냐란 행복한 고민을 1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와 투자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며 경제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도 이제 새로운 성장의 틀을 다지고 있다.

그러면 세계경제는 다시 호황국면에 접어든 것인가.

미 MIT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불황경제학(주명건 역, 세종서적, 9천5백원)"
에서 단호히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올들어 세계경제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그 밑바닥엔 아직도 "불황"이란
큰 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30년대 대공황에 비견될 만한 문제들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현재의 세계경제를 "대불황(Great Depression)기"로 규정한다.

이 책(원제: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출판됐다.

그런만큼 저자의 세계경제 분석은 99년초 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3엔까지 폭등하고 미국과 아시아의 증시가 급격히
팽창한 올해 세계경제 상황은 고려할 수 없었다.

대불황기라는 그의 분석이 올해는 물론 앞으로 2-3년 동안 맞아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지난 94년 아시아 성장의 한계를 예견했던 석학의 주장이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크루그만의 최종적인 해설서라 볼 수 있다.

지난 97년 이후 2년 동안의 세계경제의 궤적을 분석하고 왜 이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결론을 내린다.

그는 대불황기에 접어든 세계경제가 아시아라는 약한 고리를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한다.

이같은 위기의 탈출방법은 30년대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수요창출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은 인플레이션율이 너무 낮아지지 않도록 하고 유럽 중앙은행
은행은 이자율을 인하해 성장을 더 자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