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어"는 극한 상황에서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이기적 인간
본성의 실체를 해부한 심리 스릴러.

"구로 아리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에 이은 박종원
감독의 네번째 작품이다.

민수(설경구) 정화(강수연)부부와 민수의 처제 세화(이은주), 병관(김세동)
영숙(이항나)부부는 짧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외딴 산중에서 송어양식을 하는
친구 창현(황인성)을 찾아 간다.

대학시절 깊은 관계였던 정화와 창현의 미묘한 감정변화와 세화가 창현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들 사이에는 낯모를 서먹함으로 가득 찬다.

게다가 사냥꾼들의 우악스런 행동에 기분이 상한 민수, 병관이 세화에게
관심을 보이는 창현의 이웃 청년 태주(김인권)에게 분풀이를 해대면서
평화로웠던 송어양식장은 무자비한 폭력과 인간적 배신으로 뒤엉킨다.

영화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틀 속에서 자신의 이익과 상반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선택과 그에 따른 행동양식을 낱낱이 파헤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랑과 우정은 물론 체면까지 휴지조각처럼 구겨
내동댕이치는 비겁한 인간의 속성을 드러낸다.

강한 자 앞에선 무릎을 꿇고 약한 자에겐 주먹을 휘두르는 사내들의
우스꽝스런 모습도 조롱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귀가하는 차안에서 하찮은
농담을 주고 받는 민수와 병관 부부의 모습을 잡은 마지막 장면.

무관심과 너그러움으로 포장된 일상의 "위선적 평온"이 함축돼 있다.

그러나 일부 장면의 생략이 지나쳐 극의 사실성을 해쳤고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해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5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