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한가지 일에 통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이 시대에, 그것도 날로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을
평생 부둥켜 안고 지키는 "장이"로 남아있기란 더더욱 그렇다.

장인.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알고 평생 한가지 일에 모든 혼을 불어넣는 사람들.

그들의 작품세계와 인생역정을 다룬 책이 나왔다.

도서출판 중명의 "장인 1"(박재관 저, 1만2천원).

1권은 영남지역의 장인들을 중점적으로 엮었고 곧 출간될 2권에서는
호남지역의 장인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사양길로 접어든 옛것들을 손에서 놓지
않은 장인들이다.

동서지간인 조옥이(80) 백문기(72) 이규종(68) 할머니.

이들은 한마을에 나란히 살면서 아직도 한이 서린 베틀소리를 담밖으로
넘기고 있다.

장도장 임차출(72)옹은 60여년째 은장도를 만들며 절개와 격조의 혼을
불어넣고 있다.

이외에도 활 한지 먹 목탁 명주 탈 옹기 담뱃대를 비롯해 우리 전통 문물이
장인들의 손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상세하게 전해준다.

장인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가 잘 구성된 다큐멘터리 한편씩을 보는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미약하게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네 전통문화를 장인들의 입과 작업
과정을 통해 소개하고 이런 소중한 것들이 끊임없이 대물림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됐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기성세대들에겐 생활속에서 잊혀져가는 옛 고향의 풍경과 정취, 빛나는
우리 전통을 느끼게 하고 젊은 세대에겐 장인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조상의
얼과 숨결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램이 책 구석구석에
묻어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