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예수와 소크라테스에 대한 성찰''
저자 : 폴 구치
역자 : 김은령
출판사 : 끌리오
가격 : 1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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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전 예루살렘 외곽에서 한 젊은이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

그보다 4백여년 전에는 칠순의 아테네 죄수가 몇몇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독약을 마시고 죽었다.

두 사람 모두 꼭 죽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그러나 이들은 죽음 앞에서 서로 다른 상징체계를 만들었다.

한 사람은 침묵으로 말했고 한 사람은 언어로 말했다.

이 때부터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두 화두, 종교와 철학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수는 왜 고난 속에서 침묵했을까.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왜 미완성일까.

"말"의 한계는 무엇인가.

폴 구치의 "예수와 소크라테스에 대한 성찰"(김은령 역, 끌리오, 1만5천원)
이 국내에 소개됐다.

저자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철학교수이자 부학장.

그는 "신약성서"와 "대화편"을 중심으로 침묵과 말, 사랑과 죽음, 부활과
불멸의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가 텍스트로 삼은 것은 "신약성서"의 네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와
플라톤의 "대화"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삶이다.

그는 이들의 닮은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이 시대 우리들의 삶에 렌즈를
들이댄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걸린 그림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토론토대학
원형무대에 올려진 공연 "예수의 수난극"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이를 관람한 두 딸의 반응을 통해 그가 말하려는 것은 현시대인의 가슴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들의 삶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두 존재를 지금 우리의 인생이라는 무대로
불러낸다.

성급한 사람은 제3장에 나오는 "말씀과 침묵"부터 읽어도 좋다.

예수는 죽음 앞에서 "말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했다.

재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자신을 변호하는 어떤 언어도 거부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이를 옹호하기 위해 말을 도구로
삼았다.

그러나 언어의 지배자로 불린 소크라테스도 재판에서 자신을 구하지 못했다.

물론 침묵도 예수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주진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유사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는 둘 다 육체노동을 했으나 아들은 수공노동보다 언변으로
유명했다는 점이 첫째다.

두사람은 자신의 적을 해치는 것을 반대했으며 육신보다 영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둘 다 죄가 없었지만 진리의 증거로 죽음을 택한 것도 비슷하다.

이들은 기존의 지혜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기득권층을 화나게 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다른 죽음을 맞았을까.

이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예수가 최고 전성기에 은화 몇 닢 때문에 배신당한 반면 소크라테스는 많은
것을 성취한 뒤 노령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음을 맞았다.

예수는 죽음을 분리가 아닌 자아의 붕괴, 해체, 상실이라고 봤다.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기도와 복종을 통해 자아의 상실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에 비해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인식의 중단이나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라고
봤다.

저자는 이를 "부활"과 "불멸성"이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의 힘이 그곳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생명력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체제보다 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침묵은 종교를 낳고 말은 철학을 낳았다.

우리는 이 두가지 의식의 접점에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저자가 의도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과거와의 교감, 생사를 초월한 생명력, 종교와 철학에 관한 통찰로 독자들을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2천여년 저편의 거울을 통해 오늘을 현재진행형으로
비추는 "영혼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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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와 소크라테스의 비교 ]

예수 - 소크라테스

목수의 아들 - 석공의 아들
종교적 신념 - 철학적 신념
예루살렘의 성자- 아테네의 철인
침묵의 재판 - 말의 재판
십자가 처형 - 독배 처형
부활의 섭리 - 불멸성의 원리
저작 없음 - 저작 없음
"복음서" - "대화편"
배신의 고통 - 친구들의 임종
사랑 - 복종
신학 - 철학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